‘농촌과 기후위기’에 대해 묻다
이제 우리가 알던 세상은 없다. 폭염과 폭우, 산불이 심각하다.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말들도 들려온다. 그런데 정작 기후위기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농촌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없다. 무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농촌과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 실천들을 물었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농약사를 하는 윤문식씨
: 기후변화로 인한 방제비용 상승, 수확량 감소로
무주읍에서 16년째 농약사를 경영하고 있는 윤문식씨. 그는 아침마다 신문이나 뉴스를 펼칠 때 날씨를 가장 먼저 살핀다. 여전히 농업이 중심힌 곳이라 기후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1월 중순에 꽃이 피고 5월 중순에 서리와 우박이 내린단다.
사과꽃과 복숭아꽃이 피고 수정이 될 때 그의 기억으로 3년 연속 서리가 내리고 냉해피해가 있었다. 일조량이 많아야 하는 수확시기에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았다. 특히 사과가 빨갛게 익어야 하는 시기에 말이다. 자연히 농민들의 수확량에도 영향이 있었다. “기상이 변하면 병해충이 특히 심해져요. 나방은 알, 유충, 번데기 이 4가지 과정을 무조건 거치거든요. 근데 우리 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녀석들은 나방의 유충이에요. 옛날에는 각각 일주일씩 간다고 하거든요, 유충이 보여 약을 치면 3주 동안 벌레가 안보여야 되는데 기상이변이 되면서 2세대가 같이 오는 거예요. 알하고 유충이 같이 오는 거죠. 약을 치거나 해서 유충을 제거하고 나면 이삼일 후에 다시 유충이 보이는, 유충하고 나비가 같이 오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약을 과하게 쓰게 되고 자주 쓰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처럼 마른장마로 비가 소나기처럼 잠깐씩 내리니 탄저병 같은 병해충도 심해져, 방제비용이 상승했다. 전보다 자주 약을 해야 하는 농민들은 힘들다.
환경농부 이주형씨 : 생활 속 환경실천이 환경농업
26년차 환경농업,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사람 이주형씨는 생활 속 환경실천이 환경농업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농업으로 농촌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농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표준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생각으로 한살림 무주반디공동체를 만들었다. SNS, 페이스북, 카페, 유튜브를 통해서 이런 생각들을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농민들이 내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생각을 못하고 있어요. 결국 내가 더러운 물을 흘려보내고 도시에 살고 있는 내 자식들이 좋을 걸 먹기를 바란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바다의 해산물을 좋을 걸 먹기를 바란다. 이것은 어불성설이잖아요.”
그는 오염원은 공장폐수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그에 못지않은 것이 농경지에 사용하는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라는 것이다. 농민들도, 자치단체도, 농협도 그런 자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10빼기 10빼기 더하기20운동’을 제안했다.
“뭐냐면 비료와 농약을 10%씩 줄이자. 그래도 된다. 올해 한포를 넣었으면 내년에 한포를 더 넣어야 된다. 이렇게 하면 계속 과비용, 과투자만 남아요.”
환경도 파괴하고 농가의 수입도 줄어드는 그런 악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그는 친환경 반딧불이를 살리는 농업을 하게 되면 무주로 더 많은 사람이 찾아들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더하기20’. 유기농업을 하면 기후위기로 인한 병충해 증가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계곡은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능력이 있어요. 유기농지의 경우에도 토양이나 미생물이 살아 있다면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죠. 토양의 지기(地氣)가 있으면, 미생물이 살아 있다면, 오염된 물질이 날아왔을 때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능력이 있어요. 토양의 자정능력 같은 게 토양의 지기라는 게 벌레들을 내쫒는 역할을 하죠. 오염물질도 정화하고 병충해기피효과, 경우에 따라서는 야생동물까지도 기피하는 역할을 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 환경농업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반딧불축제 홍보관도 하고 유튜브도 하지만 저는 거짓말을 안 하려고 해요.” 농부가 농사를 잘 못 짓는다는 건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래도 사과가 썩었다는 이야기도 한다고. 그러면 사람들이 오히려 좋아 한다고 한다. 이주형씨는 돈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 더 좋다. 처음 환경농부를 시작했을 때 너무 힘드니까 주변에서 다 ‘환경’을 빼라고 했단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했다. 26년 동안 농촌에서 환경문제를 고민해 온 그에게 농촌과 기후위기라는 질문이 새삼스럽지는 않을까?
“그건 새삼스러운 게 아니에요.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에 가장 크게 피해를 받는 게 농민이에요. 농민들도 남 탓만 하지 말고 자기 자신부터 친환경농업 저농약농법으로 전환시켜야 되요. 농촌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오남용, 소각문제가 중요해요. 또 갖다 버리면 쓰레기고 거기서 재활용하면 자원인 잔재물들 재활용 방안을 군에서 강력하게 추진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친환경농업을 하다보면 관행농법에도 배울 점이 있을 거고, 관행농법이나 농가에서도 배울 게 있다며, 배척할 필요 없이 서로 좋은 거는 받아들일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행정과 농협에서 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을교사이자 주부인 정희정씨
:우리가 하는 실천은 미미한데 공장, 산업, 정책은 잘 안변해요, 그게 좀 답답해요.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희정씨는 무주에는 2005년에 왔고, 주부다. ‘기후우울증’과 ‘기후트라우마’,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습관이나 생활 쪽에서 나오겠죠. 재활용하고 아나바다하고 이런 것들이 몸에 베였다고 하나. 기후가 점점 바뀌고 매체나 전문가라든가 다양한 곳에서도 얘기를 하고 그렇게 보니 우리 환경이 많이 달라졌구나 느꼈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콩나물을 키워먹었다고 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재사용했다. 택배를 줄이고 필요한 것은 가급적 비싸더라도 ‘여기서 무주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마트에 가도 모든 게 포장이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사는데 손 떨려요. 이거 사면 비닐자체가 버려지는데 내가 버릴 쓰레기를 사야 되나? 비닐봉지를 거절하고 용기(도시락통)와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지만, 우리가 실천하는 건 정말 미미해요. 공장, 산업,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정말 미미한데 그건 잘 안변해요, 그게 좀 답답하고 회의도 들죠,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문제는 사람들이 편한 것만 생각하고 불편함을 못 견딘다는 것이다. 특히 모임에 가면 다른 사람들 의견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 많은데 번거롭다는 이유로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편한 것과 불편한 것 사이에서 많은 부분들이 자꾸 부딪힌다.
“챌린지는 사실 간단한 것들인데 스스로 생각하긴 어렵잖아요. 아이디어를 제시해주는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기코드하나 뽑고, 한 시간 동안 전기 없는 데서 지내보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해 보고,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해 보고, 사람들은 해 보면서 그러면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요?”
버스 타고 다니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생활들은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동차를 혼자 타는 것은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한 일이다. 분리수거 문제도 고민이다.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여기는 모아서 열심히 분리해 내 놓으면 차가 그냥 한꺼번에 다 가져간다.
“비슷한 지역에 살면 웹을 만들어서 내가 몇 시에 어디까지 출발하니 타십시오. 같은 카풀하는 웹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분리수거는 인력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니 일단 가져가 거기에서 분리한다는 거예요. 므엇보다 분리수거가 되면 괜찮다는 생각을 바꿔야 해요.”
분리수거 후 재활용되는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다. 무엇보다 뭔가가 만들어지면 버려질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살림에 주문해도 박스와 병은 남는다. 택배로 받기 때문이다. 필요한 만큼 덜어 쓰는 가게도 전주에는 있지만 여기는 없다. 무주에 환경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같이 얘기 나누고 그런 힘으로 행동과 소리가 좀 날 수 있게.
사실 모든 이야기들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긴 인터뷰 내내 고개를 끄덕였는데, 지면에 다 담지 못해 아쉽다. 무주에 환경 단체가 만들어진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무주신문” 9월26일자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