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 짓은 없다!" (사진출처 : https://asunaro.or.kr/41/?idx=5049156&bmode=view)

[칼럼] 민법 징계권 삭제, 그리고 아동학대

올해 1월 9일, 국회에서 민법 915조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삭제된 민법 915조에서는 친권을 가지고 있는 보호자가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거나 교양하기 위해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조항은 부모가 훈육을 이유로 자녀를 체벌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많은 아동 인권 단체들이 삭제를 주장해왔다. 특히, 아수나로는 2018년 ‘체벌은 없다. 그것은 폭력이다.’ 슬로건을 가지고, 청소년, 부모, 교사의 <체벌 거부 선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언론에서 이번 민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사랑의 매’가 사라진다”고 보도하며, 이번 민법 개정이 자녀 체벌의 문제임을 확실히 지적했다.

한편, 작년과 올해에 있었던 큼지막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이 법의 발의부터 통과까지 촉매제 역할을 했다. 개정안 통과에 앞서 양천 입양아동학대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되어 큰 화제가 되었고, 민법 개정안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정인이 법’으로 호명되며 같은 날 함께 통과되었다. 이후 1월 19일,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동학대 상황을 대응하는 경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성과 이행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아동학대 대응체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민변 아동위원회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아동보호를 공적 체계 중심으로 재편하고 획기적인 수준의 공적 자원을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아동보호관련 예산의 대부분은 법무부 소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기획재정부 소관의 복권기금으로부터 조달하는데, 이러한 비정상적인 예산조달 구조를 정상화하여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금을 통한 조달을 넘어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전담 대응 인력의 권한과 이행력을 강화하는 것은 어린이, 청소년에게 더 든든한 조력자가 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이들이 증진해야 하는 전문성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인권감수성이다. 공무원과 경찰뿐만이 아니다. 어린이, 청소년을 학대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시민으로 만나기 위해 사회 전체가 어린이, 청소년인권을 공부해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가진다는 것은 어린이, 청소년이 처한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누군가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학원을 빠질 때, 집안을 더럽혔을 때 체벌을 하지 않는 건 오히려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공동체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비청소년에게 체벌을 하지 않는다. ‘맞을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맞을 수 있는’ 정체성이 있는 것뿐이다. 아동에 대한 체벌을 옹호하는 논리 속에는 미완성인 존재를 체벌을 통해 완성된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나이에 따른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의 구분, 그리고 완벽하게 성숙한 사람만이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 실제적으로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체벌을 근절해야 한다는 캠페인은 놀랍게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아수나로는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웹툰 ‘참교육’을 학생에 대한 체벌을 옹호하는 웹툰으로 고발했다. 웹툰 ‘참교육’은 교권보호국 소속 교사가 학교 안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체벌을 통해 ‘참교육’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만화에서 체벌을 당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폭력(학생 간 폭력) 가해자인데, 학교 폭력에 대한 높은 사회적 공감대와 문제의식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휘두르는 교사의 폭력은 정당화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동 학대에 분노하지만 ‘천사같이 순수한’ 아이가 아니라면, 건방지고 남을 괴롭히는 아이라면 폭력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에서 학대 피해 아동의 해맑고 순수한 모습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을 더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웹툰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참교육’이라는 표현은 오래 전부터 문제적인 행동을 하는 여성 또는 청소년을 폭력으로 제압해 교정한다는 의미로 쓰여 왔다. ‘참교육’은 ‘교육적 체벌’과 맥락을 같이 하는데, 두 용어 모두 청소년에게 가하는 폭력에 있어 문제적 행동을 교정하기 위함이라는 의도가 강조된다. 체벌을 통해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는 말이 있듯, 폭력에는 교육적 효과가 없다. 이는 교육이 아니라 그저 기존의 힘의 논리에 따라 폭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이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행위가 마치 정의를 실현하는 것처럼 일컬어지는 것은 개인의 일부 문제 행동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민법 징계권 삭제 이후, 우리는 체벌을 옹호하고 남아있게 만들었던 기존의 인식과 제도들을 계속해서 고쳐나가야 한다. 폭력의 교육적 효과를 부풀리는 미디어 콘텐츠에서부터 어린이, 청소년에게 권한을 빼앗고, 비청소년 보호자에게 통제 당하게 하는 수많은 법과 제도까지 체벌 근절을 위해서는 온 사회가 변해야 한다. 특히, 징계권 삭제 활동을 하면서 가정 안에서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착한 행동을 한 아이를 칭찬하거나 나쁜 행동을 한 아이를 벌하는 것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명령과 복종, 보상과 징계 외에 아이를 동등한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고 함께 사는 법을 더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청소년인권의 관점에서 가정과 사회 속 어린이, 청소년을 대하는 방식을 하나하나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 : 치이즈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상근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