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토킹범죄처벌법의 시행에 부쳐

10월 21일부터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시행일인 10월 21일부터 약 5일간 전국적으로 스토킹범죄 신고전화가 일일 평균 90여건에 이르렀습니다(시행이전에는 하루평균 24건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10월 23일 전주덕진경찰서에서는 현행범으로 스토킹범죄 행위자를 검거하는 사례가 발생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토킹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을 기대하고 있는지, 왜 이 법이 꼭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스토킹범죄는 지금까지는 범죄가 아닌 개인간의 사소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스토킹 피해의 주요 양태는 두 가지인데,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첫 번째의 경우가 주로 (전)애인이나 (전)배우자와 같이 친밀한 관계에서의 이별통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일어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낯선 사람의 일방적인 따라다니기, 지켜보기와 같은 행위가 그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이 같은 스토킹행위를 가정문제나 남녀간의 사랑다툼, 구애행위 등의 사소한 문제로 인식하여 접수조차 받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 경범죄로서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와 같이 스토킹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의 부재와 스토킹행위 자체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문화 속에서 피해자의 98%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일상생활에서 공포와 불안을 경험해야 했으며, 처음에는 따라다니는 정도의 가벼운 행위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심각해지는 스토킹범죄의 특성에 따라 주거침입, 협박, 폭언, 폭행, 납치, 강간, 살해 등의 중대한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스토킹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경고 및 현장 체포, 접근 금지 등의 피해자 보호조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로소 오랫동안 사소한 문제로만 취급되던 스토킹에 대해 강력한 처벌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너무나 환영할 일이며, 부디 이 법이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법으로서 작동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피해자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태도가 피해자를 살리기도 하고, 두 번 죽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인들에는 가족, 이웃, 동료가 있지만 피해자가 만나는 공권력인 수사·사법기관도 포함됩니다. 사실 피해자에게 좀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법률을 적용하는 주체라 할 수 있는 수사·사법기관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수사·사법기관이 스토킹에 대한 심각성과 위험성을 인식하고 여성폭력에 대한 관점을 가진 채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며 또 그것이 이 법의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는 필수조건일 것입니다.

법의 제정만큼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효과를 낳는 시행일 것입니다. 스토킹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감을 인식하고 법률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대한 적극적인 시행의지를 기대합니다.

※ 이 기고문은 <전라일보>에 실린 글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시합니다.

임미정 전주여성의전화 대표가 미소지으며 팔짱을 끼고 있다.
필자 : 임미정 (전주여성의전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