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골프장 경기보조원들, 단협 체결 요구 장기파업
"30kg이나 되는 골프가방을 들고 30km를 18시간 뛰어다니는 것이 저희가 수동카트로 하던 노동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많은 사람이 수면부족과 위장병, 허리디스크 등으로 일자리를 떠났다. 근속년수가 5년에서 15년까지 되는 일용직 아닌 일용직 노동자들인 익산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이 일해온 방식이다. 지난 해 8월 초 수동카트 대신 전동카트가 도입되면서 이들이 느낀 기쁨은 잠시였다. 지난달 말 사측에서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동카트를 창고에서 꺼내놓은 것이다.
19일 현재 19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익산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은 "적어도 회사가 우리를 인간적으로만 대했다면" 난생 처음 해보는 파업 투쟁까지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전현직 경영자들의 이권분쟁 탓에 무리한 작업환경이 강요되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지만, "전동카트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 못할망정 "지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두 해고하겠다"는 으름장 앞에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모두 여성들인 경기보조원들이 정규직 남성 사원 위주의 노동조합에 대부분 가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투표를 통해 단 한 명만이 반대했을 뿐 130여명 모두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만큼 모두가 힘겹고 열악한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더욱 분노한 것은 지금까지 실컷 부려먹고 이제와서 직원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회사측의 태도다. 지난 16일 현재 벌써 세 차례나 단체협상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거부당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파업중인 경기보조원은 자신들이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라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강봉경 부위원장은 "경기보조원들은 회사 경기과에 소속되어 있고, 채용이나 근무규율 등도 경기보조원들의 자치기구가 아닌 경기과 '규율'에 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00년 노동부는 골프장 캐디가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전국여성노조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 채용이나 징계, 교육, 근무규정, 근무장소와 시간 지정 등에 사측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행사하거나 △ 노무의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고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데 사측이 관여하고 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권분쟁에 휘말려있는 경영진이 "우리 후배들도 당당한 노동자로 일하게 하고 싶다"며 '노동3권 쟁취'를 외치고 있는 이들 경기보조원 노동자들의 권리 요구에 언제쯤 진지하게 귀기울일지 주목된다. [문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