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합헌' 결정, 쟁의권 외면
직권중재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전원재판부, 9명)가 15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사업주들의 불성실 교섭, 불법파업 유도, 거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등 관행이 탄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직권중재제도란 철도, 전기, 병원, 은행, 통신산업 등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사업장에서 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지면 노동자들은 15일 간의 중재기간 동안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이후 중재 재정이 내려지면 쟁의행위가 완전히 금지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우리나라 노사여건 하에서는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하여 쟁의행위에 이르기 이전에 노동쟁의를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강제중재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등은 헌재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통해 "합헌 결정은 사용주들이 직권중재를 노동탄압 수단으로 악랄하게 이용하는 노동현장의 실태를 도외시한 '책상머리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헌재 결정과는 무관하게 소수의견(4명)은 "중재회부결정이라는 행정처분에 의해 일률적으로 모든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시 불법쟁의행위로 간주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여, 입법목적상 규제하고자 하였던 필수공익사업의 전면적인 파업뿐만 아니라 가벼운 형태의 모든 쟁의행위를 무차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관련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합헌 결정문은 소수의견의 요지, 그리고 같은 취지로 위헌심판을 제청한 서울행정법원의 제청 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헌재 결정은 더구나 지난 7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기본권과 공공복리의 조화 도모' 차원에서 직권중재회부를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세부기준을 마련한 지 1주만에 나온 것이어서,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보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박재순 교육선전부장은 "이번 헌재 결정은 노동권에 대해 특히 최근 계속되는 행정기관들의 보수적 결정들의 집약판"이라며 헌재 결정을 "현장에서 사문화시키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헌재 결정을 견제하기 위한 법률 개정 투쟁이 본격화될지 여부도 주목된다.[문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