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현장, 전주코아백화점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만나다
최저임금 투쟁을 하고 있는 요즘, 전주 코아백화점에서 청소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봤다. 노동자들은 예닐곱명 들어가면 꽉 찰 작은 크기의 휴게실에서 몸을 맞대고 쉬고 있었다. 지하 2층 주차장 한켠에 위치한 탓인지 공기는 탁하고 소음이 시끄럽게 들린다.
"그나마 휴게실 있는게 다행이지. 백화점 자체가 휴게실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이만한 수준이어서 대책이 없어."
비좁은 공간에서 아주머니들의 얘기는 계속 됐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해. 지하에서부터 7층까지 청소를 하는건데 요즘엔 바닥에 왁스를 칠하고 닦는 작업을 하느라 나흘째 밤 11시정도 까지 일하고 있어. 연장근무할 때 저녁밥은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먹지. 그리고 퇴근할 땐 차가 끊기니까 택시비를 또 들여야 하고..."
"쉬는거? 백화점이라 일요일은 없고 한 달에 한 번, 재수 좋으면 두 번 정도 쉬어. 월급은 55만원 정도 받아. 그것도 얼마 전에 만원이 올라서 그 정도랑게. IMF때 임금이 깎였는데 그 후로는 거의 오르질 않은거지. 거기에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세금 떼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건 51만원이여"
현재 최저임금 기준은 월 51만4천1백5십원. 표면상으로는 이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화점 특성상 일요일에도 쉬지 못하는 근무, 왁스작업을 하느라 추가되는 연장근무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을 위반한 셈이 된다.
최신형 핸드폰 한 대만 해도 얼추 50만원. 이 노동자들에게는 한달 꼬박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코아백화점에서 일하면 돈 많이 받는 줄 안다니께. 주변 사람들은 그 좋은 데를 어떻게 들어갔냐고 부러워 해. 내가 그냥 콩나물값 번다고 그러면 '70만원?'하고 물어보는디 55만원 받는다고 말을 못해. 낯부끄러워서..."
3명의 아저씨와 15명의 아주머니들. 이들은 용역업체 그린환경과 근로계약을 맺은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지난 5월까지는 현재 전북대병원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주)청원과 근로계약을 맺었었다. 당시 같은 회사에 있을 때 전북대병원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노동조건이 나아진 것을 보고, 지난 3월 민주노총 산하 지역일반노조에 가입했다.
코아백화점과 함께 코아호텔 노동자들도 같은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있다. 호텔 청소용역노동자들의 경우는 월급 51만원으로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전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일하는 청소용역노동자들도 지난 5월까지는 48만원을 받다가 6월부터 임금이 올라 55만원을 받게돼 최저임금 위반을 겨우 면한 사업장.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생활고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낮은 임금을 고착화시키고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등 여러가지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 최저임금을 70만4백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전하며, 임금이 어느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한 아주머니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70만원 받으면 좋기야 좋지. 그런데 임금도 임금이지만 고용승계문제나 억울하지 않게 처리해줬으면 좋겠어."
이 아주머니는 용역업체가 노동자들과 1년에 한번씩 근로계약을 맺는데 두 달 모자르다는 이유로 연차수당도 없고 형식상 받는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의 수입에 1년에 한번씩 재계약하며 각종 혜택을 박탈당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설움인 것이다.
아주머니는 말한다.
"우리같은 피래미는 못배우고 무식하니까 최말단에서 일하고, 배부른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 1년에 한번씩 땅땅 처리해버리고... 제발 누가 좀 고쳐줬으면 좋겠어."
[최인화 / 인터넷신문 참소리 http://www.cham-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