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당하는 '새만금 반대' 대장정


"새만금 반대론자 문규현 신부를 성당에서 축출하자"(새만금추진협의회 대표 김영두의 발언, 6월 28일 오전 부안성당 앞 집회에서) "새만금은 우리의 것, 참견마라" "다음에 또 이런 반대행동이 있을 땐 3만 회원 모두 동원해 싹 불질러 버리겠다"(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본부 산하 월남전참전동우회, 6월28일 오후 해창산 앞에서)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이런 구호는 새만금추진협의회(이하 새추협)가 연 집회에서 나온 여러 구호들 중에 그래도 들어줄 만한 것들이다. 욕설이 대부분이어서 그나마 주장이 실린 구호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20일 여성성직자 5인이 '새만금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기도순례'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부터 시작한 걷기순례가 28일 전북 함열에 들어섰다. 이날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로 점철된 새추협 회원들의 폭력이었다. 새추협의 편영수 사무총장과 그의 동생 편달수 씨가 마이크를 잡고 선동한 이들의 집회는 욕설에서 계란세례로 그야말로 폭력으로 얼룩져 있었다. 또한 순례 길목마다 지키며 연일 '욕설'집회를 이어온 이들은 30일 부안군 동진면 동진휴게소를 지날무렵엔 걷기순례에 참여한 순례자들에게 새우젓 세례를 퍼부었다.
여성성직자들의 걷기순례뿐만 아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이 준비한 해창석산 위령제가 있던 날도 이들은 위령제 행사장에 몰려와 위협했다. 30일 이들은 7월 1일 있을 새만금갯벌과 전북인을 위한 걷기순례 마무리 행사인 기도회 자체를 아예 못하게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다른 의견 귀기울일 기회 차단 당한 도민
왜, 무엇 때문에 이들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왜, 무엇 때문에 이들은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오히려 이들에게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든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섬이 육지가 되어 땅값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편리함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들이 살아온 동안 정부가 자신들을 주인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가진 사람들의 부를 축적하는데 들러리로만 이용했기 때문에 이 험한 세상에서 자식들과 살아남기 위해서 제 앞가림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다만 이들을 움직이는 그 배후가 문제지."
이들에게 둘러싸여 머리채를 끌리고 온갖 욕설을 듣는 수모를 당한 오두희(새만금사업 즉각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의 공동집행위원장)씨는 이렇게 말한다.

농업기반공사와 전라북도 논리 대변하는 새추협
새추협의 집회에 참가한 이들의 대화에서 오간 것처럼 마을당 3명씩 배정되어 동원돼 나온, 나눠주는 식권을 받아들고 관광버스에 오르는 이들의 뒤에 농업기반공사와 전라북도가 있으리란 추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의 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본부가 바로 전라북도에서 5억원의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은 차치하고, 이들이 외쳐대는 주장이 그대로 전라북도와 농업기반공사의 그것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상하게도 지역언론은 새추협의 이런 폭력에 대해서는 모두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새전북신문에서는 지난 25일 남원 인월에서 대구에서 내려온 자전거순례단 7명의 대학생들을 새추협이 길목을 지키고 위협하여 다른 길로 돌아갔던 일을 두고 "(새추협이 자전거 순례단을) 설득시킨 결과 적극 수용해서 돌아갔다"라고 새추협을 위한 변명을 내보내기까지 했다.
지금 전라북도에서 새만금사업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써야하기 때문이다. 지금 전라북도는 개발독재시대를 살고 있다. 다른 의견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세력으로 배척당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민주주의를 연습해야할 도민들에게 이러한 전라북도의 모습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욕설과 협박, 오물들을 뒤집어쓰고도 대장정을 가고자 하는 것은 새만금갯벌이 그만큼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화와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