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부안군 위도면 핵폐기장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주민투표! 좋은 일이다. 우리가 7월 22일의 부안군민 1만인 결의대회, 25일의 집회, 그리고 7월 30일의 1만인 춧불시위로 보여준 우리의 민주주의를 아직도 해석하기가 어렵다면 주민투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제되어야하는 일이 있다.

첫째, 부안주민들과 한마디 상의없이 부안핵폐기장 유치신청을 감행한 김종규가 지정신청을 철회하고 사임해야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자가 아닌 자에게 군수 자리에 있는 상태에서는 투표가 무의미하다. 사실 이를 부추긴 강현욱 도지사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부안주민들, 전국민중들의 민주주의를 우롱한 산업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체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사과'를 해야한다. 우리 민중들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 이런 자들에게! 정치하라고 맡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정부의 부안핵폐기장 지정 결정이 철회되어야하고 지정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사과, 그것도 대통령 수준의 사과가 필요하다. 산자부장관은 오락가락 믿을 자이 못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무식하게 김종규에게 전화를 걸어 독재행정에 대해 격려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는 민중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그러나 진정한 민심은 투표를 통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와서 한번만 봐라. 촌동네에서 노인들이 100만원, 200만원을 아깝다하지 않고 투쟁기금을 써달라하고 방학중인 청소녀·청소년들이 길거리에 앉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엄마 등에 업혀온 아가들은 노래를 부르는 중에 쌔근쌔근 잠이든다.
민주주의가 아름다운 것은 숫자로 표시되는 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부안 민중의 현장에서 꽃피고 있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연대의식의 강화에 있는 것이다. 진짜 믿을 놈이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는 민중들이 우리 스스로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를 하기 전에 주민투표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김종규 퇴진, 산자부와 한수원의 깊은 사죄, 핵폐기장 부안지정 철회와 대통령 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주민투표는 정부의 행정의지를 관철하는 행정도구가 될 뿐이다. 87년 6월 29일 전두환은 결국 대통령직을 사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