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위도를 돌아다니면 도로에 널려있는 그물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시위를 겸하고 있습니다. 이게 새만금하고 연관이 있습니다. 방조제가 생기면서 바닷물의 유속(流速)이 죽다보니 뻘이 차오릅니다. 그래서 그물을 쳐두면 뻘이 그물 구멍을 막아 고기가 안잡힙니다. 이러다 보니 그물을 말려 터는 동안 1, 2천만원의 돈을 들여 그물 한 벌을 더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도 아닙니다. 산란장이자 성장기를 보내는 갯벌이 사라지면서 어족자원이 크게 줄고 있습니다. 어족 자원이 줄다보니 점점 먼 바다로 나가야 하고 배가 더 커져야 합니다. 소득은 줄면서 재투자는 더 늘어나니까 결국 빚이 늘어나게 되었지요. 위도에서 어장을 하는 배들이 10여 년 사이에 3배로 커졌고 빚도 3배로 늘었지요."(허정균, 인터넷신문 참소리)
위도 치도리에 사는 서대석 씨의 이 말에는 위도주민들이 어떡하다 핵폐기장이라는 악수(惡手)를 두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장의 황폐화. 바다가 죽어간다는 것은 어민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새만금 사업으로 삶의 터전인 바다가 죽어가고 이로 인해 빚만 늘던 어민들에게 3억 5억 한다는 현금보상설이 흘러나오면서 이들은 핵폐기장이라는 더 큰 악몽을 받아들였다.

주민의 참여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국책사업들의 폐해
결국 새만금 사업은 위도 주민들에겐 삶을 망가뜨린 장본인이 됐고 부안군민들에게는 핵폐기장이라는 업보를 낳고 말았다.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전라북도의 어장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지금도 전라북도는 새만금사업을 해야 전북이 발전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계화도 내초도 하제 등 방조제 안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하는 어민들 말고도 변산반도와 위도를 넘어 왕등도 더 멀리까지 직접적으로 갯벌과 바다에 의지해 사는 인구가 2만 명이 넘고 이와 관련된 직종에 의지해 사는 인구까지 합하면 6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새만금 사업을 결정하면서 이들에게 의견을 물은 적이 있었나. 이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새만금 사업은 진행됐지만 그 피해는 고소란이 이 어민들이 떠안고 있다.
새만금 사업과 핵폐기장 등 국책사업들로 신음하고 있는 현재의 전라북도의 상황에서 '발전'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유엔이 1986년 선포한 인민과 국가의 '발전의 권리에 대한 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s to Development)은 '발전'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다. 선언은 "인간은 발전의 중심적 주체이며 발전의 권리의 적극적인 참여자와 수익자가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국가는 발전과 그로 인한 이익의 공정한 분배에 모든 개인들의 '참여'의 기초위에서 그들의 복지의 향상을 목표로 한 적절한 국가적 발전정책을 공식화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발전의 목표가 경제성장이 아니라 '복지의 향상'이며 이를 위해 발전의 주체인 '인민의 참여가 필수'라고 말하면서 인민의 참여를 배제한 발전, 발전에 따른 혜택이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것에 인민은 저항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으로 상처입고 핵폐기장으로 다시 한 번 시름을 앓고 있는 위도 주민들은 그 땅의 주인이면서도 철저히 소외된 채 진행된 잘못된 개발정책의 피해자다. 주민의 참여를 배제한 채 그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는 무모한 개발사업들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핵폐기장의 문제에서 새만금 사업은 어느새 비껴갈 수 없는 지점에 놓여 있다. [김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