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21세기 우주여행을 바라보는 현대 과학으로도 핵폐기물의 독성을 없앨 방법이 없다. 단지 시간만이 해결해 줄뿐이며 그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핵폐기물이 생태계와 격리되도록 최대한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밖에 없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이런 골치 아픈 핵폐기물에 대해서 3가지 원칙을 정해 놓았다. 가장 먼저 핵폐기물을 아예 만들지 말 것, 두 번째는 이동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항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땅에 묻지 말 것이 그것이다.

핵폐기물 보관 이동, 사고 빈번
독성의 정도가 약한 저준위 핵폐기물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300년은 보관해야 하며 독성이 가장 강한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는 수십만년은 보관해야 한다. 그렇다고 독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사라지는 정도다. 그 기간 동안 땅속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하수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땅 속에 묻지 말고 지상 저장을 해야하는 것이다.
핵물질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사고도 빈번했다. 미국이 항공기를 이용하여 핵탄두를 운반하다가 유실되거나 폭발한 사고는 1950년 이래로 12건에 달하며, 선박에 의해 핵물질을 운반하는 도중에 사고를 당하거나 유실한 경우도 프랑스, 일본, 미국, 영국에서 각각 1건씩 발생했고 잠수함이나 해군선박의 사고는 수십 건에 달한다. 한국 해상에서 1,000톤급 이상 선박 사고는 지난 5년간 590회에 달했다. 핵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한다는 전제 하에 각종 안전장치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지나면 핵폐기물을 담고 있는 용기가 부식돼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것이 연구결과로 발표되기도 했다.

자연환경이야말로 저비용 고효율
결국 핵폐기물을 더 이상 만들어 내지 않는 방법밖에는 없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핵발전을 시작했던 선진국들은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20-30년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절전기술 도입과 재생가능에너지 개발로 대안을 만들고 있다. 풍력발전은 2020년까지 세계 전력생산량의 12%를 담당하고 태양광 발전은 2040년까지 26%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풍력 잠재량이 현재 전력소비량의 3배가 넘으며 태양일사량은 독일보다 30%가 많다. 핵발전에 투자되는 비용의 1%도 안되는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비용이 문제다. 우리도 장기 계획을 세워 추가 건설을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핵발전소를 폐쇄한다면 핵폐기물 발생량을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나온 핵폐기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2008년이면 핵발전소에 보관되어 있는 핵폐기물이 포화되므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돈을 좀 쓰더라고 무리해서 위도에 핵폐기장을 하루 빨리 건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핵발전 계획 포기하고 대안 찾을 때
그러나 2008년에 가장 빨리 포화된다는 울진핵발전소의 경우 영광과 고리에서 완료되고 월성에 진행 중인 초고압압축을 기존핵폐기물에 시행하고 원자력발전백서 내용대로 핵발전소 1기당 연간 100드럼의 핵폐기물 발생으로 계산하면 2023년까지는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온다. 2007년에 상용하겠다는 유리고형화 기술을 적용했을 경우에는 2197년까지도 문제없이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핵발전소 수명은 30-40년에 불과하다.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 그 자체가 거대한 핵폐기물이 되는 것이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위도 핵폐기장으로는 이것까지 보관할 수 없다. 2008년이면 고리 1호기가 수명이 끝난다. 이미 나온 핵폐기물과 폐로를 함께 종합관리할 계획이 시급하다. 이동을 하지 않고 4곳 핵발전소 임시저장고의 안전시설을 확충하여 핵폐기물을 분산 저장할 것인지 아니면 수명이 다한 뒤에 모든 핵폐기물을 한 번에 옮겨서 이동시의 사고를 최소화하고 가장 안전한 한 곳에 보관할 것인지는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합의를 해야할 일이다. 그 전에 핵발전소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우선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양이원영 / 반핵국민행동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