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부지선정 백지화를 요구하는 부안 주민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고 공권력을 동원해 이들의 목소리를 틀어막기에만 여념하고 있다.
지난 17일 300여대의 차량으로 고속도로 준법투쟁을 벌인 부안 주민 84명을 경찰이 망치로 차를 부수며 강제로 연행했다. 또 지난 15일 새벽에는 한밤중에 '반핵' 플래카드를 떼다 들킨 경찰이 주민과 몸싸움을 벌이고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반성도 없이 주민 4명을 연행해갔다. 지난 달 22일 제2의 광주사태로 불리는 경찰의 폭력이후 150여명의 주민들이 병원신세를 져야 했으며 불과 한 달 사이 7명이 구속됐다.
촛불광장, 그곳에 민주주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부안주민들의 투쟁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전라북도나 정부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18일 현재 24일째를 맞고 있는 촛불시위는 늦은 시각에도 3∼4천명에서 주말이면 1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고 그 수가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전체 7만 명의 인구 중 1만여 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회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열리고 있고 정부의 비민주적 행정에 항의하며 290명의 부안군 이장단이 사퇴를 했다.
소를 판 돈을 선뜻 투쟁기금으로 내놓는 가난한 노점상 아주머니, 장대비 속에도 하루라도 촛불시위를 멈춰선 안된다며 비옷을 입고 촛불대신 횟불을 들고 촛불시위를 지키는 주민들, 상인들은 가게문을 내리고 농민들은 농삿일을, 어민들은 고깃배를 멈추고 하루빨리 정부가 주민들의 목소리에 답하기를 기대하며 촛불시위에 집회장에 나선다.
그러나 이러한 열망과는 달리 공권력을 동원한 찍어누르기로 일관하며 주민들의 절규에 귀를 막고 있는 정부의 모습에 주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주민의 문제 주민이 결정한다
지방자치시대, '주민에 의한·주민을 위한·주민의 정치'를 실현해가야 할 전라북도는 3천억원의 지원금에 부안군민의 생존권을 팔아먹더니 예상을 넘는 저항에 부딪히자 이번엔 부안군민을 달랜다면서 노름시설인 카지노 유치 등 오히려 지역공동체를 황폐화시킬 개발사업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민심을 몰라도 유분수며 불난 데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핵폐기장이 위험시설이 아니고 마치 복지시설이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된 홍보물을 가가호호 돌리고 해외시찰에 돈을 뿌리고 있다.
이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권력을 준 부안군민들은 오늘 현재의 군수와 도지사, 대통령을 뽑아준 자신의 손을 자르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다.
촛불시위에 한 번이라도 가서 들어보라. 부안주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부안주민들은 말한다. 우리의 '발전'은 우리 스스로 의논해서 결정하겠다고. 핵폐기장은 부안군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위험하니 핵폐기장 건설계획 자체를 재고하고 핵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發電) 전략을 바람이나 태양을 이용한 것으로 서서히 바꾸라고.
핵에너지 정책 바꿔야
생계도 뒤로하고 한 달 넘게 싸우고 있는 주민들에게 주먹대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 '참여정부'에서조차 무리란 말인가. 잘못된 과정을 통한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철회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으라는 부안군민의 소리에 귀기울여라. 이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국정운영의 길이며 더 큰 저항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