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진압경찰 불법적 공권력 남용 - 노골적 집단폭력 등 인권침해 심해


한계 초월한 경찰권한 행사

지난 8일 부안 군수가 성난 군중들로부터 폭행당한 사건 이후 군민들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 경찰의 인권침해는 정당한 경찰 직무집행을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새벽 추석을 맞아 고향을 방문한 박찬두씨는 전투경찰 10여명이 달려들어 에워싸고 휘두른 곤봉과 방패에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박씨는 부안읍 농협 앞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다 갑자기 달려든 전경들로부터 폭행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박씨는 군화발로 짓밟혀 온몸에 피멍이 들고 머리를 서른일곱 바늘 꿰메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중이다. 다행히 치명적인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박씨는 아직도 병원 문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이날 열린 촛불집회와는 관계없이 길을 가던 중이었고 시위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박씨에 따르면 경찰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행인들을 끝까지 좇아 폭행했다.
12일에는 경찰이 부안군수 폭행사건 관련 혐의를 두고 수배중인 주민 이인규씨를 검거한다는 명분으로 이씨의 빈집 대문과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가 방안을 수색한 뒤 돌아갔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께 경찰 10여명이 이씨 자택을 수색한 직후 자신의 집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이씨와 무관하다"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영장 없이 신을 신은 채로 방안에 들어가 수색한 뒤 돌아갔다. 한편 이씨는 "검거단 10여명의 신원을 알아내 형사고발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새벽에는 경찰이 반핵 현수막을 철거하는 현장에서 "경찰이 현수막을 떼내는 것이 합법적이냐"며 항의하던 부안 주민 김종섭, 김장곤씨가 전경 수십명으로부터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위해 부안군 백산파출소를 찾아 사건을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의경들이 파출소 현관문을 가로막는 등 사건 접수가 한동안 방해받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5일 새벽에도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와 함께 돌려준 바 있다. 한 군민은 "노무현 대통령은 습관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하고 말하는데 그 표현의 자유가 우리 자유는 아니었다 보다"고 꼬집었다.
불법연행도 공공연히 자행됐다. 경찰은 11일 부안 수협 앞 촛불집회 무대를 강제로 철거하면서 시작한 두 차례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56명의 주민을 강제연행했다. 연행된 주민들은 다섯 시간만인 오전 7시께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실제로 이들 주민 상당수는 시위 현장에 있지 않았고 연행되는 과정에서 미란다원칙 등 적법절차도 무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과 불법연행을 비롯한 경찰의 조직적 인권침해 사태는 지난 8일 부안군수 폭행 사건 이후 더욱 노골화된 것이지만 사건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소 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경찰청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시작된 지 40여일 만인 8월말 현재 이미 구속자는 8명, 불구속자가 46명, 즉심이 75명이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것으로 기록된 안면도의 경우도 구속자 수는 7명에 그쳤던 것에 비추면 엄청난 숫자다. 부상자 수도 계속 늘었다. 이미 지난 7월 22일 시위 과정에서만 68명이 병원 치료를 받는 부상을 입었고 같은 달 26일 집회에서 10명, 8월 23일 전북도민대회에서 15명 등 모두 150명 이상의 군민들이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정도의 부상을 당했다. 대책위 조직부장 김진원씨는 "주민들 가운데 현재까지 부상자는 2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찰폭력에 관대해선 안돼

이처럼 부안군은 현재 전투경찰 60개 중대 7500명 상주와 경찰권한 행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폭력 탓에 '준계엄' 상황이라는 공포 섞인 인식이 군민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흐르고 있다. 군민들은 특히 군수 폭행 사건 이후 군민들에 대한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분노하고 있다.
김승환 교수의 다음과 같은 지적에 다시 한 번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찰권이 그 한계를 넘어서서 행사되는 경우, …도리어 '경찰폭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실체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셈이 될 것이다. 경찰폭력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폭력이고, 도리어 가중하여 처벌받아야 할 폭력이다. …국민들에게는 사소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도 엄벌위주로 나가면서, 반대로 국민의 신성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적극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찰관들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경찰폭력도 사라지지 않고 경찰권에 대한 불신과 저항의식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본지 319호) [문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