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불필요" 결론 보고서

'사용후핵연료(가장 방사능이 높은 고준위 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은 불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가 이를 은폐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춘 의원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연구원이 서울대 모 교수 등에게 관련 연구용역을 줬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이를 고의로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연구용역에서 김 교수 등 연구팀은 "현 시점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은 경제적, 사회적 제반비용을 비교분석한 결과 별도의 중간저장시설을 설치하여 저장할 필요가 없으며, 현재 원전부지내에 저장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과면에서 더 효율적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르면 결국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위도 방사성 폐기장 2개 가운데 1개는 처음부터 설치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수원이 이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받은 것은 2003년 1월이다. 그러나 산자부는 그 직후인 2월 4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력 후보지 4곳을 발표하면서 이미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계획을 공개했다. 고준위폐기물 관리방안을 묻는 연구용역 자체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결론에 끼워맞추기 위한 요식행사였던 셈이다. 당시 유력 후보지에 위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위도가 부지로 선정된 뒤 당국이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하는 문제를 적극 알리지 않았다며 반발해왔다.
부안핵폐기장 백지화 도민대책위는 22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굳이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하겠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금지돼 있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도 위배되는 '재처리'를 하겠다는 의도이거나 위도에 사용후핵연료를 영구히 처분하겠다는 의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재처리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을 이유로 이동하는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동중인 4개 원전의 원자로 18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연간 600t 규모로 현재까지는 대부분 원전 내 지하 수조에 저장돼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위도 핵폐기장은 특히 재처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건식보관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그러한 의구심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대책위는 "핵 폐기장은 투명한 절차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적 합의를 모아가야 하는데도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연구결과만 제출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볼모로 한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용역결과 은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산자부장관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핵폐기장 백지화와 핵발전소 추방 부안군민대책위도 23일 성명을 내고 "부안 군민들은 이제 더 이상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님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더 늦기 전에 부안 핵폐기장은 백지화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부안군민 5천여명은 22일 용역결과 은폐를 강력히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가졌다. [문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