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뒤죽박죽짬뽕무비
# 리사이클링 박재모/ 2002/ 10분 28초/ 애니/ 한국
하늘마저 버린 것같은 황폐한 쓰레기폐기장 주위는 온통 처분을 기다리는 고철덩어리뿐이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간간이 불어오는 먼지바람밖에 없는 이곳에, 어느 날 처량한 몰골의 강아지가 찾아든다. 산전수전 다 겪고 마지막에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을 게 틀림없는 강아지는 놀라워라. 운좋게도 음식이 들어 있는 캔을 발견한다. 냉큼 달려들어 덥석 물었지만, 단단한 포장을 어찌할 수 없다. 아, 역시 난 뭘해도 안 돼. 길지않은 인생에서 갈고 닦은 재주라고는 눈치보는 것밖에는 없는 강아지는 이번에도 좌절한다.
어? 그때 고철더미 속에서 뭔가 움직인다. 또 뭐야? 잔뜩 경계하며 뒤로 물러서는 강아지앞에 망가진 로봇이 삐걱삐걱 일어서더니 캔을 집어든다. 앗! 비겁한 놈! 너에게 빼앗길 순 없어! 나도 이제 막판이라고!! 인상 팍 쓰면서 머리 굴리는 강아지 앞에 로봇이 내민 것은 뚜껑을 딴 캔이였다. 로복과 강아지의 우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희망을 보여주지만 또한 슬프다. 새만금이며 핵폐기장 등 굵직굵직한 환경현안이 연일 신문을 장식하는 요즘 인간의 똥은 더 이상은 썪지 않는다는 어느 카피처럼.
각종 애니메이션축제에서 수상한 화려한 경력이 있지만 이 작품은 실제로 쓰레기를 재료로 만든 정크아트를 손보인다. [박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