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는 무방비도시?
- 피의자 인권침해 방지대책 절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소속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전주중부경찰서 수사2계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 4명에게 집단 폭언과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전북 경찰의 폭력적인 수사관행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불법 강압수사에 대해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중부경찰서장과 수사과장의 공개사과와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경찰관의 처벌을 촉구했다. 전북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8일 약속된 서장면담을 통해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규탄 집회를 열 방침이다.
혐의 부인하자 돌아가며 욕설
사태의 발단은 박씨가 지난 8월 23일 '주5일을 빙자한 노동법 개악 한나라당 규탄집회' 참가와 관련하여 지난달 30일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채증한 사진을 두고 박씨가 본인이 아님을 주장하면서였다. 그러자 조사담당관이 아닌 옆 경찰이 "데모하는 놈들은 전부 아니라고 한다. 나쁜 놈들이다"고 말하자 박씨는 "욕하지 말고,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곧 사무실 안에 있던 경찰이 일제히 일어나 "몇 살 처먹었어. 너 같은 놈은 죽여야 된다. 개새끼"라고 욕하고 번갈아 가면서 "저런 새끼들이 국민이냐. 죽여야 한다. 양심을 팔아먹는 새끼"라는 등 20여분간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피해입증 어려운점 이용, 수치심 자극
다시 조사가 진행됐지만 경찰은 반말과 욕설로 일관했고 박씨는 반말과 욕설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들은 "데모하는 놈은 다 죽여야 한다"며 폭언을 계속했다. "부안 농민새끼들도 여기 오면 다 아니라고 한다"면서 부안 군민들에 대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박씨는 "수사계 사무실에 4명의 경찰관과 한 명의 피의자만이 있는 상황에서 나는 어떤 방어도 할 수 없었고 오직 반말과 욕설을 중지할 것을 요구할 뿐이었다. 이 수모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이날 박씨의 담당조사관인 안모 경위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씨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사실이 아니며 채증 사진 확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진 것일 뿐"이라며 "나는 나름의 예우를 갖췄다"고 말했다.
피의자인권침해 행위 밝혀내야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범용씨는 "피해사실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찰의 폭언과 폭행은 일상적 관행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제도적인 대책 마련과 감정적 격분을 통제하는 못한 것에 대한 경찰의 인권교육과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도 여러 정황을 철저히 조사해서 인권침해 행위를 밝히는 선례를 남겨야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암2동 파출소 경찰관 피살사건, 익산택시기사 피살사건, 삼례 슈퍼마켓 노인 피살사건 등 경찰의 불법 강압수사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서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