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옴니버스 여정
한국/주현숙, 김이찬, 문성준, 믹스라이스·조니아웅/72분/2003/옴니버스다큐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들, 그들을 이주노동자나 외국인노동자, 또는 즐겨 외국놈 또는 개새끼라고 부른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개새끼로 가장 빈번히 호명된다. 이 영화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라고 촉구한다.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인종차별주의가 얼마나 뿌리깊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지 보라고 충고한다. '우리도 인간이다'라고 부르짖는 이들의 외침에서 '너희도 인간이 되라'고 권고하는 관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묻는다.
세계화 시대다. 세계경제는 물리고 물려 있다. 영화 속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은 이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흉측한 현실에 떠밀려 '반복되는 이주'길을 떠난다. 짓밟히는 이들 위에 짓밟고 빼먹는 자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빚지고 있다.
#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한국/김환태/68분/2003/다큐
우리 사회는 군사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군대와, 군사주의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예비군 아저씨들은 '예비군' 아저씨들이다. 민방위 아저씨도 '민방위' 아저씨다. '민방위' 훈련 때는 총알택시도 가다 선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불리기 시작한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그 거대한 체계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다.
영화에서 보듯이 총을 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관람자는 이 다양성에 주목하는 동시에 주의해야 한다. 영화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아울러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사례들을 배치하는 가운데 연출자의 기조가 드러난다. 영화 상영 뒤, 총을 들지 않는 사람 한 명과 감독이 관람자들과 허물없는 대화에 나선다.
# 감춰진 전쟁
미국/제럴드엉거만, 오드리브로이/63분/02/다큐
마치 전자오락 게임을 보는 듯했던 걸프전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난 후.
걸프전은 왜 일어났는가, 세계는 이 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는가, 걸프전 신드롬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여전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조치 이면에 있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2년간의 사전조사 작업을 거쳐 걸프전이 남긴 이런 의문점들을 파헤친다.
미국무부 관계자, 국제문제 전문가, 유엔무기사찰단 등의 증언을 통해 걸프전과 경제제재는 대량학살이며 미국의 중동지역에 대한 무기판매, 미군기지 건설, 석유장악과 맞바꿔진 것임을 밝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