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인권영화제, 관성벗고 거듭나야
인권의 가치를 안고 해마다 어렵사리 지켜온 전주인권영화제가 이제는 거듭나야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주시민회 염경형 사무국장은 인권영화제가 "지역 인권문제를 발굴하는 장이어야 한다"며 "시민이 직접 제작하는 영화가 상영되도록 영화제의 틀과 방향성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영화제가 지역 사회단체들이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공동주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참여단체들이 홍보나 비용 보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 다산인권센터가 주관해 10월 31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제8회 수원인권영화제도 산적한 지역 인권 현안들을 영화제에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센터의 정상용씨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채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제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하면서 "기술이나 인력에서 앞서는 서울의 영화제나 영상집단과 협력해 하나의 인권영화제로 통합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영화제를 개최해온 모든 지역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광주 지역의 경우 인권단체인 '광주인권운동센터' 주관으로 열리는 광주인권영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특성을 강화하면서 뚜렷한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다. 광주는 올해 전체 상영작의 1/4 수준인 여섯 편을 '광주의 얼굴'이라는 부문으로 묶어 상영한다. 노동자나 청소년들에게 제작을 권유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기술 지원도 했다.
지역의 사회단체들이 각자의 인권문제를 가지고 나와 직접 발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돋보인다. 광주인권운동센터가 '송두율을 향한 시선,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 마당을 주재하고,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장애인 이야기 마당'을 주관한다. 영화제 기획을 맡고 있는 신은정씨는 "영화제가 마당이라면 내용을 채우는 것은 시민과 단체들"이라며 "광주인권영화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인권 이야기를 꺼내놓는 출구 역할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