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부안사태' 이렇게 본다
지난 2일로, 핵폐기장 백지화와 핵에너지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부안군민들의 촛불집회가 100일을 넘겼다. 장기화하고 있는 '부안사태'를 해결하려면 먼저 사태의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부안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안군수 김종규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위도 핵폐기장 결정을 밀어부친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부안사태란 다름 아닌 '핵폐기장 폭력적 강행' 사태다. 정부와 부안대책위 간에 '부안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부가 사태의 원인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한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다.
물론 사태의 원인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핵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다. 핵에너지 정책에 대한 허물없는 논의 역시, 이번 대화기구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지역 주민들의 발전 욕구에 파고들어 핵발전을 강행하려 드는 한, 또 다른 유치 신청 지역이 나설 수밖에 없고 핵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라는 요구는 힘을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명심할 일은 이 사태가 시간벌기로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핵폐기장 유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부안군민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대화기구에 대한 불신도 팽배하다. 어떻게든 핵폐기장을 유치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듯한 태도로 정부가 부안군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회유책을 짜내는 데 골몰하는 처신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핵폐기장 문제는 부안군민에게 사활이 달린 문제다. 부안군민들이 생업을 놓고 투쟁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핵폐기장 유치가 자신과 자식 세대의 미래까지 미치게 될 파괴적인 영향을 우려해서다. 부안 뿐 아니라 어떻게든 핵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지역공동체에게도 마찬가지다. 영광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의 세 배가 넘는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항상적인 사고의 위험에 불안해하며 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생업을 포기하고 지역을 떠나 이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핵의 안전성' 홍보에만 매달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는 무망한 짓이다. '핵 안전성' 운운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진실을 호도하고 거짓말을 계속하는 한 진지한 대화란 불가능하다. 핵 사고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울진, 월성, 영광 할 것 없이 핵을 들여놓은 뒤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처럼 위험한데도 유치할 생각이 있느냐'고 주민들에게 묻든지, '그처럼 위험한 정책을 그만두자'는 권고에 귀기울이든지 해야 한다. 그것이 정직한 태도다.
부안대책위와 정부간의 3차 대화가 7일로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양쪽 모두 '해결방안'을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대책위 쪽이 새롭게 내놓을 것은 없다. 처음부터 백지화와 핵에너지 정책 전환을 대안으로 내놨다. 다만 대책위에 우리가 바라는 점은 '위도 핵폐기장 백지화' 뿐 아니라, '핵에너지 정책 전환' 부분도 좀 더 강하게 요구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가 계속 기만적인 자세로 나올 경우, 부안군민들이 대화의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될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부안군민들의 촛불집회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