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3당연합안 국회정보위 통과
테러방지법 3당연합안이 11월 14일 국회정보위를 통과하고 1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정보위는 인권침해 우려를 해소하고 오직 테러예방 및 대응에 필요한 체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 의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안에서 달라진 점이라고는 △ 대테러센터의 권한 중 '대테러활동의 기획, 지도 및 조정'에서 '지도'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 시설보호와 경비를 위해 동원된 군병력에 대한 지휘, 명령권을 국방부장관에게 부여하며 △ 테러와 관련된 허위사실의 신고, 유포 등에 관한 대테러센터 직원들의 수사권을 삭제하도록 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그 동안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아온 조항들을 손질한 셈이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국회통과를 위한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는 실제 테러방지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국가정보원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법이다. 이미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2002.8), 원자력시설동의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2003.4),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처벌법(2003.4)들을 통해 테러를 막기 위한 입법조치가 끝나있다.
또한, 국정원이 테러에 관한 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를 넘어 '대테러활동'이란 명분으로 직접 다른 국가기관들의 기능에 대해 기획, 조정하는 것도 정보기관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이는 정보기관과 행정기관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정보기관이 행정기관 위에 사실상 군림하게 될 위험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두 번째로 '테러'와 '테러단체'의 개념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대테러활동'으로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가능케 하는 조항들이 있다. 법안에는 9개국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를 테러로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테러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아직 '테러'에 관한 개념이 합의되거나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것은 기존 국내법상 범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테러를 특정하지 못한 채, 단순히 국제법상 특별히 규제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하고 있다.
더불어 제 2조2항에서 '테러단체'를 "유엔에서 테러단체로 지정한 단체 및 이 단체와 연계된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이라고 규정하는데 "이 단체와 연계된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이라는 문구는 여전히 자의적 적용 가능성이 높다.
[☞ 2면에서 이어짐] 또한 3당연합안은 발의이유에서 "북한, 이슬람 등의 국내외 테러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 재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라고 밝혀 냉전적 인식과 인종주의적 편견마저 드러내고 있다.
세 번째로 테러예방을 빙자하여 외국인에 대한 자의적인 감시와 출입국규제 따위를 가능케 한 조항과 시민들의 통신에 대한 자의적 감청을 가능케 한 조항들도 전혀 손대지 않았다.
그 예로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1항 2호(국가안보와 관련한 통신제한조치)를 고쳐 대통령의 승인만으로 국정원이 통신제한조치 할 수 있는 대상에 테러를 포함시키고 있다.(법안부칙 제 2조 3항) 테러행위의 범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 조항을 근거로 한 외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감청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정원의 감청 권한도 확대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행법과 제도는 테러행위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배포에서부터 테러행위의 예방과 진압, 수사와 처벌을 위해 다양한 국가기관에 전문적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국정원 대테러센터 설치는 테러대응을 위한 기존법제, 체계가 중복되어 예산 낭비를 가져온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라는 모호한 개념에 근거해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국정원이 정보기관의 경계를 넘어 권한과 세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법이다.
이번 테러방지법 발의과정에서 인권단체들은 "국정원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때 정보위 국회위원들은 국정원에 대한 문민적 통제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라며 반대했다. 국정원이 직접 국민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야하며 행정기관에 대해 보조적 역할만 해야한다.
국가보안법이 국가보안을 앞세워 무고한 시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듯이, 이번 테러방지법도 테러방지를 앞세워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것이 분명한 만큼, 반드시 입법이 저지되어야 한다.[박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