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려면 노조탈퇴하라니
---  대우차 식당 비정규 여성노동자들 옥쇄투쟁

GM대우자동차 군산공장 식당에서 8년까지 일해온 여성노동자 40여명이 농성장 문을 안으로 걸어잠근 채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9일 현재 25일째 농성, 9일째 옥쇄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농성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군산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교육실은 고립된 섬이었다. 농성장 바깥 로비에는 경비들이 상주하면서 농성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과 이들 여성노동자들이 소속된 일반노동조합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아직 아무도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 며칠 전에는 사태가 여론화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회사의 따돌림으로 모 방송사가 발길을 돌렸다. 가족들조차 농성장 출입을 금지당하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투쟁 소식을 전하는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인터넷 지역투쟁속보 게시판에는 이들의 요구와 투쟁을 빈정거리는 글들이 '조직'되고 있다. 다만 탈진해 실려나가는 사오십대 여성노동자들이 이 섬에 고립돼 있다.

고립된 섬을 에워싸고 있는 그물망들을 헤치고 어렵게 농성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맨 먼저 눈에 띈 것은 주검들처럼 맨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탈진해가는 노동자들의 풍경과 바닥이 드러나보이는 생수통, 용변을 받아 모아둔 플라스틱 용기, 우리를 맞아준 노동자들의 눈빛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빛은 뜨거운 설거지용 스팀기에 데어 뿌예진 고단한 삶을 비추고 있었다.

대기업 식당에 취업한 이후 8년 동안의 노동조건은 보통 사람들의 짐작을 빗나갔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면서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33만4천원부터 42만원의 기본급에, 임금인상 한 번 제대로 되지 않았다.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달라며 처음 파업을 벌인 지난 9월 이후 임금인상안이 타결됐지만 아직 두 달치 임금은 한 푼도 못받았다. 거기에는 대우자동차가 새로 제시한 도급단가가 도급하청회사인 D유통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을 정도였다는 사정도 있다. D사는 4억7천여만원의 퇴직금과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폐업신고를 냈고 대우자동차는 올 연말까지 임시로 계약한 새로운 A업체에게 도급을 주었다. A업체는 다시 인력관리와 채용을 인력용업업체인 O서비스에 맡겼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O서비스를 비롯한 관련 회사들은 마치 한 몸처럼 "노조탈퇴서부터 가져오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농성 노동자들은 "노조 없으면 힘이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참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는 나몰라라 하고 사라져버린 D유통이 다시 사무실을 차려놓고, 탈진해 병원에 실려가는 농성노동자들에게 접촉해 노조탈퇴서를 받아내고 식당에 고용을 알선하는 공작을 벌이는 작태다.

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노동자들은 간단히 대답한다. "식당일이 너무 힘들다. 더운 여름에 샤워장 하나 없이 일해왔다." "돈도 너무 적고…." 당장 첫째 바람이 뭐냐는 질문에는 지금 남아있는 42명 전원이 고용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벌어야 살기 때문에…." 남아있는 42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이들 여성노동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회사들이 자신을 '노조탈퇴서 한 장에 얼마씩' 짐짝 처분하듯이 사고 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들은 죽음을 각오한 옥쇄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에는 모두 "밥 맛있게 지어 대우 사람들 배부르게 하고 싶다"던 평범한 아주머니들이었다.

[문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