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섬이었다.

끝없이 펼쳐지다 지쳐 버릴 것 같은 논 속에서 작은 언덕배기 모양으로 가운데 솟아 있는 마을이다. 한참을 이어져 있는 길을 걷고 서야 도달 할 수 있는 곳, 한 시간에 두 대가 운행되고 10시가 채 되기 전에 끊겨버리는 버스, 바로 옆에 미군기지를 두고 있는 지역,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이다. 대추리 섬을 멀리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내가 사는 현실과는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묘한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은 마을에 사는 동안 달라져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같으신 어르신들이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 이웃들과 함께 소박하게 사시는 현실세계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마을에서 사진 2주가 지났을까. 논 한가운데에는 새로운 섬이 만들어 졌고 그 섬은 대추리섬을 보고 느낀 묘한 마음보다는 가슴 시려오는 짠함과 목이 따끔 거릴 깔깔함이다.
17일 논갈이 투쟁의 발대식을 앞두고 찾아든 경찰들, 그들이 내세운 것은 포크레인으로 농지를 파는 것이다. 모두들 포크레인이 논으로 들어 왔다는 말에 두 팀으로 나눠져 뛰기 시작 했다. 나는 도두2리 쪽 논을 향해 뛰어 갔는데 도착해 보니 이미 여러 명이 도착하며 경찰과 거대한 포크레인 두 대와 대치 중이였다. 논을 파지 말라고, 농사지어야 하는 땅이라고 고함을 지르며 삶의 작업장이 유린당하는 모습에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몸을 내던지시는 도두2리, 대추리 주민들은 한분, 한분이 이미 전사의 모습이다. 눈에서는󰡐한 치의 양보도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고, 입에서는󰡐지키겠다󰡑라는 마음이 흘러나오고, 몸에서는 󰡐두려움 따위는 가져가라󰡑는 기운의 발산하고 있었다. 움직이기 시작 했다. 논을 욕보이던 포크레인으로 위로 한명, 두명, 세명… 십여명의 사람들이 올라가고 이미 파여진 논 속으로 들어가 눕는 분들도 계셨다. 어느 덧 멈춰진 두 대의 포크레인은 인명구조를 바라는 작은 섬으로 변해 있었다. 섬을 지키는 자들과 아래의 경찰과 대치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호소하고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일선에서 앉아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못하겠다며 자리를 부동의 자리를 지키며 손으로 뜯어가며 제압하려는 여경들에 폭력에도 오히려 자리에 누워 비폭력으로 저항함으로써 그녀들이 얼마나 땅을 사랑하고 생각하는지를, 이곳이 아니면 더 이상 있을 곳 없음을, 농사짓지 않으면 그들의 생존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주민들 스스로가 알고 있고 그 앎에 행동하고 있고 그 행동은 너무나 정당하고 평화스러운 방법인 것이다.

한발자국도 옮길 수 없는 마을주민, 학생, 활동가들의 저항은 그들을 어떻게 듯 떨쳐내려는 수백의 경찰들을 당혹케 했고 그래서 오전에 상황은 잠정적 휴전과 지키려는 사람들의 승리를 약속 한 듯 했으나 모두가 지쳐가는 오후의 피곤함과 이제는 다른 곳으로 향하는 카메라의 모습을 잡아낸 경찰은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 했고 수백의 경찰들은 한대의 포그레인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검푸른 경찰의 색깔로 둘러싸인 포크레인은 밖에서는 안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하나, 둘 끌려나오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다른 섬에서는 그들에 저항하는 울림과 행동이 있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저녁을 주려고 마을 어르신들이 오후 내 준비하신 따뜻한 동태국과 시원얄싸한 김치들은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손수 만드신 어르신들에 손에서 전경들을 향해 쏟아졌다.
부딪히고 일방적으로 깨지고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슬프고 화가 나고 답답했다.
6시가지나 싸움이 끝나고 무거워진 어깨를 마을로 돌리고 그날의 촛불집회에 참가 했고 오늘 일들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연행, 허리가 다쳐 움직이지 못하게 되신 마을 아주머니, 그 외에도 자잘한 부상들을 당하신 많은 주민들, 학생들, 활동가들이 있었다. 실로 큰 타격 이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슬픔과 분노를 가슴에 새긴 채 오히려 내일 일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얼마나 긴 시간을 싸워왔는가를 기 긴 시간동안 얼마나 강한 마음을 키워 왔는가를 볼 수 있었다.
550일이 넘는 사간 동안 지켜온 촛불, 그 촛불 아래서 더욱 확고해진 주민들이 눈에서 나는 나의 슬픔과 화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주민들의 얼굴로 채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