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과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오랜 시간을 같이 공유하기도 하며 때론 다시 안 볼 것처럼 떠나기도 하다가 그리움에 되돌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그 많은 만남과 인연의 울타리에서 어떻게 망을 짜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들 중에 동갑내기, 또래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두 차례의 침탈이 지나간 대추리는 다시 올 침탈에 대한 긴장감과 더불어 평택을 지키기 위하여 왔던 많은 사람들이 빠지고 대추리의 일상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추리의 일상은 다른 농촌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밭으로 나가 땅을 일구고 감자, 딸기, 고추를 심고 트렉터는 하루 종일 논을 갈고 그 땅위에 볍씨를 뿌린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일찍 시작된 대학 농활과 대한민국의 평화를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대추리를 지키는 젊은이들이 주민들과 함께 농사짓는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땅을 일구는 하루 속에 평화를 지키는 지킴이들과 보내는 밤이 숫자가 하나씩 늘어가면서 밤새 풀어낸 이야기들은 평택지킴이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의 만남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의 만남으로 바뀌게 하였고 마음을 들킨 우리네들은 동갑내기들이였다. 또래의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은 편하고 즐거운 일이다. 구태여 화제꺼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술술 풀어내는 나의 이야기 모든 것이 밤새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에 들어가 학부제의 실험대상에 올라야 했고, 400점 만점이라는 수능에 적응 했으며, 고교시절 같은 가수그룹을 좋아하고, 학습시간을 할애하면서 그 시간을 놓치면 야참라면에 흥미를 잃어버릴 만큼 꼭 챙겨보던 티비프로그램이 같고, 야간자율시간 교실에서 그 정적을 깨는 끼득거림은 같은 채널의 라디오 방송 속의 흘러나오는 유머 그 웃음의 묘미를 아는 동갑내기들이다. 서로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었다라는 많은 증거들 속에 밤을 깨우는 그칠 줄 모르는 이야기는 어느새 평택이곳에 모이게 된 이유와 사연들이 오고가며 같은 나이에 비슷한 꿈을 꾸지만 다른 삶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려는 스물일곱에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우리는 왜 대추리 한쪽 에 모이게 되었는가?
우리가 지키자는 대추리, 이곳의 상징 평화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평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가?
우리가 원하는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평택의 구석진 대추리에 더 구석진 집 한 편에 모여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라고 엷은 웃음을 띠며 말하고 나서 오늘 했던 농사일에 대한 몸의 투정을 이기지 못하고 각자의 잠자리로 향했다.
그 날 잠이 들기 전에 다른 나의 친구들을 생각해 봤다. 매일 바쁘고 할 일이 많다며 자주 얼굴 보지 못하는 내 동갑내기 친구들, 무엇을 생각하고 바라며 살까?
너무 오래 친구들과 만나지도 이야기 하지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쉬이 잠들지 못하는 3월 어느 날 밤은 그렇게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