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아침일찍 부터 전경들의 기압 소리에 놀라 새벽잠을 설치고 눈을 떴습니다.
이곳은 가히 전쟁터가 따로 없지요..
지금도 저공비행하며 마을 주변 곳곳에 군부대가 철조망 작업하는 군장비를 날으는 헬리콥터가 잠시도 쉴틈없이 쉴새없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대화하기조차 힘든 소음이지만, 어느덧 너무나 익숙해지는 상황인듯 그냥 무디게 바라만 봐지는건 또 무슨일일까요...
곳곳에 수로를 차단하는 전경들의 작업 역시 쉴새없습니다.
시커먼 전경들과 마주하는 것도 어느덧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화로운 이 땅이 이렇게 공권력의 무차별 폭력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지..
오늘은 요며칠간 있었던 참담하고 끔찍했던 지난 흔적들을 치우며 마을 곳곳에서 청소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대추분교가 단 몇분만에 무자비한 포크레인의 난도질로 붕괴되고, 폐허가 되어 버렸지만,
주민들과 평택 지킴이들은 다시 이곳이 사람이 살고 있고, 사람과 뭇생명들이 살아갈 생활터라는 것을 일깨우며 우리의 일상이 한창인 날입니다.
지난 며칠간의 공포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5월 3일부터 국방부의 강제대집행을 위해 진을 치는 수천 수만명의 전경과 용역깡패, 군대에 맞서 폭풍전야를 맞이하던 밤부터
정부와 국방부, 경찰의 살인적인 폭력앞에 수백명의 우리 평화지킴이들이 피를 흘리고 연행되어야만 했던 그 참혹한 5월 4일...
그 광경앞에 전국에 있는 국민들은 결국 분노와 정의감을 감출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5월 5일 우리는 다시 모여 군부대가 쳐놓은 철조망을 뚫고 이 땅을 지키기 위해 구속, 연행을 불사하고 항거했습니다.
그에 대한 복수인지 경찰과 군당국은 결국 한밤중에 길거리를 거닐고, 집에 가려는 수많은 평화지킴이들을 향해 무차별 연행을 단행했지요..
보이는 족족 연행하는 과정은 마치 80년 5월 광주를 연상케 했습니다.
총과 칼만 들지 않았지, 그들의 만행을 어찌 용서할수 있을지...
숨박히고 살벌한 밤을 보내고 5월 6일을 맞았습니다.
더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위한 노력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부와 국방부의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과 사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입니다.
얼마나 많은 부상과 아픔이 있었는지... 마을 주민들 가슴팍에 씻지못할 못이 박힌듯합니다.
경찰의 폭력에 의해 연행되고 맞는 젊은 사람들 보며 안스러워 잠도 제대로 못주무시는 주민들을 누가 어떻게 위로할수 있겠습니까..
하루도 바람잘날 없는 평택입니다.
기자회견을 마칠즈음 멀리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타고 솟았습니다.
범대위 위원장님의 우사에서 불이 난 것입니다.
이를 발견하고 기자들과 주민들이 달려갔지만, 경찰차와 경찰 병력이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뚫고 들어가려 했지만 이들은 끝까지 길을 내주지 않았지요.
결국 다른 길로 돌아서 급한나머지 소 우물로 닥치는 대로 사람들 한명 한명의 힘을 모아 물을 날랐습니다. 얼마후 멀리서 소방차가 오고 있었지만 경찰은 이 소방차마저 막았습니다.
결국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못이겨 길을 터주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주민 한분이 전경이 나오는 것을 봤다는 증언과 길을 막고 있는 경찰의 태도를 보며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맞는 5월 7일입니다.
평택 범대위 집행부를 검거하겠다며 사복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공권력에 의해 폐허가 된 흔적들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는 지금...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 한가한듯 보이는 일상이지만, 여전히 배치된 병력과 군대의 철조망 작업, 수로차단, 사복 등 결코 평화로울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이곳 평택땅을 지키고 미군기지확장 저지를 위한 평화의 촛불이 불을 밝히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곳 평택으로 부터 시작된 그 평화의 촛불을 이어가는 것은 결국 우리입니다.
한명 한명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열망만이 이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살릴수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이 촛불을 살립시다
평택에서 경찰과 군병력을 몰아내고, 노무현 정부가 국민앞에 사과하고 미군기지 이전확장을 철회하는 그 순간까지... 이 촛불을 이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