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대추리 계엄령’이라 아니할 수 없다
‘생명과 평화의 땅’ 대추리를 죽이지 말라!

2006년 5월 14일 또다시 대추리 하늘에 서러운 눈물이 서린다.
5월 4,5일 경찰과 국방부는 상상을 초월한 폭력사태에 대한 아무런 책임과 반성조차 없는 모습을 이번 14일 집회를 통해서 또다시 확인시켰다.
생명과 평화의 땅 대추리 평화 집회 성사를 기원했지만, 결국 경찰과 군당국은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에게 또다시 반인권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14일 집회를 막기 위해 전날부터 통행제한 및 불신검문은 물론 당일 집회 참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또다시 무차별적인 ‘묻지마연행’에 이어 맨몸으로 맞서는 시위대를 향해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다.
대추리 진입이 어려워 인근 본정리를 향해 아무런 행위 없이 걸어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경찰은 ‘집시법 위반’을 적용하며 무조건 연행 하는가 하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연행되는 등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대체 이 무법천지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고 숨이 막혀온다. 어디 그 뿐이랴. 평택시에서 팽성읍으로 향하는 진입로를 완전 차단하며, 대추리 일대 인근 주변을 2만명이 넘는 전경이 에워싸고, 대추리로 통하는 모든 통로를 차단했다.
당일 불신검문을 받은 사람 중 대추리로 오기까지 20번이 넘는 검문을 받은 사람조차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결국 대추리 평화공원에서의 평화행사는 경찰의 원천봉쇄에 의해 도두리 주민 마져 참석치 못한 상황에서 대추리 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14일 집회를 막기 위해 대추리에 상주하고 있는 군대는 한낮에 진흙탄을 만들어 시위대를 향해 던지고 봉과 방패를 이용해 제압하는 연습까지 서슴치 않았다.
사람이 때리고 맞는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다. 수만명의 경찰과 군에 의해 모든 통행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은 손발 포박하고 입막고 눈가리는 상황과 결코 다르지 않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을 어찌 ‘대추리 계엄령 선포’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추리로 향하는 모든 길목이 차단되고 다리를 끊어놓은 상황에서 철조망을 설치하고 굴삭기로 농지를 파헤친 모습에 마을 주민 한분은 결국 실신 하고 말았다.

대추리 하늘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버겁다.
미국에 전쟁기지를 상납하기 위해 몽둥이를 든 특공대를 평시에 동원하여 민간인을 포박하는가하면, 주민이 피땀 흘려 가꾼 농지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군사시설도 없는 곳에 보호구역을 불법적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시위대를 향해 던질 진흙탄을 만들고 논바닥에서 진압훈련을 버젓이 자행하는가하면, 10여대의 군용헬기를 띠워 마을 상공에 저공비행시켜 주민의 가슴을 후벼 파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민의 상하수도 마져 틀어막고, 방패와 곤봉으로 야수처럼 국민을 난타한 경찰이 마을을 제집 드나들 듯 헤짚고 돌아다니고 빈집에 수십명의 전경이 매복해 있는가하면 도로를 봉쇄하고 마을로 들어오는 시내버스를 되돌려 보내는 등, 승용차 트렁크까지 일일이 검색하며 연일 상주하는 수백 수천병의 전경들의 도시락 음씩 쓰레기와 노상방뇨 방변에 의한 오물 등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상식적으로 납득 할 수 없는 반인권적 일상이 대추리 하늘아래 버젖이 벌어지고 있다.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불안과 공포는 국가가 국민을 향해 겨누는 총부리와 같다.
이 같은 일상속에 가슴이 미어지고 숨이 멎는 듯한 어머니 아버지들의 가슴을 누가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오늘을 사는 우리 국민 누구라도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전 한명숙 총리의 담화문에서 정부는 대추리 문제에 대해 주민과의 대화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바 있다. 그리고 폭력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14일 오늘 대추리에서 보여준 정부와 경찰의 폭력은 대추리 주민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처사이며, 고립과 억압을 통한 폭력 그 자체였다.
대추리는 평화를 원한다. 생명을 파괴하는 전쟁기지가 아닌 생명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 대추리를 지키는 것이야말고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고귀한 역사적 사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같은 염원이 정부와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유린되는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정부는 5월 4, 5일에 있었던 국가 폭력과 14일 또다시 공권력에 의해 부상을 입은 집회 참여자들에 대한 책임과 일명 ‘묻지마 연행’이라는 불법적인 권력남용으로 연행된 시위대를 지금 즉시 석방해야 한다. 또한 대추리 주민들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를 중단하고 생명과 평화의 땅 대추리에 있는 모든 공권력을 철수 시켜야한다.

14일 우리는 이렇게 외쳤다.
“5.18정신을 계승하고, 군부대를 철수하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이젠 정부가 그동안의 사태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책임 속에서 더 이상 폭력이 아닌 대추리 주민들의 염원에 귀기울여야 한다.

오늘도 인권이 유린되고 생명이 파괴되고 평화가 짓밟히고 있는 이곳 대추리의 창공은 그 맑음조차 서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