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통일뉴스'에서 기획 연재되고 있는 '한미 FTA어떻게 볼것인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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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미 FTA Q&As’에 대한 요약과 평가
정부는 4월 21일 ‘관계부처합동’ 명의로 ‘한미 FTA Q&As, 최근의 비판론을 중심으로’(이하 문서)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는 2월 3일 한미 FTA를 전격 선언한 이후 각계각층에서 제기된 다양한 비판에 대한 종합적인 반비판에 해당한다.
아래에서는 문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문서는 <총론>, <기대효과에 대한 반론>, <분야별 비판>, <기타> 문제 등 4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론에서는 한미 FTA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와 그 동안 제기되었던 중요한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 기대효과에 대한 반론에서는 무역수지와 양극화 문제를, 분야별 비판에서는 농업.제조업.서비스업 등 구체적인 분야, 기타 부분에서는 한중관계와의 관계, 환경.노동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1. <총론>에서는 FTA를 그것도 미국과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의 후발 주자가 맹추격하는 조건에서 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생존전략이고, 97년 경제위기 극복 이후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서 “안정적 해외시장 확보, 투자 유치 및 경쟁을 통한 생산성 증대”를 위해 FTA 추진이 필요한데
둘째, FTA의 대상이 미국인 이유는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 대한 최대 투자국, 상품 경쟁력이 판가름 나는 Test Market"으로 미국과의 FTA에서 가장 기대 효과가 크다.
구체적으로는 1. 세계 최대시장의 안정적 확보 및 통상마찰 완화 2. 우리 경제ㆍ사회 시스템 전반을 업그레이드하여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 3. 일.중.인도 등 여타 FTA 추진도 가속화하는 계기로서 한국이 세계시장의 허브(“Gateway")로 발돋움하는 주춧돌 4. 서비스시장 개방, 안보리스크 완화, 대외신인도 제고 등으로 외국인투자 증대에 기여 5.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소비자 후생 증대) 6. 개방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제2의 장기 성장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97년 경제위기 극복 이후 제2의 장기성장전략으로 Test Market인 미국과의 FTA를 통해 “세계 최고와 당당히 겨루어 일류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시도”라고 밝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은 정서와 논리인 중국의 추격, 세계 최고와의 경쟁, 한 단계 도약 등 파격적인(?) 대안을 통해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주장이다.
그 외 총론에서는 한미 FTA가 갑작스럽게 추진되었고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며 미국의 의도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에 대한 반론이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 내용은 정태인 전 비서관 등의 매서운 추궁에 비하면 별 내용이 없어 보인다.
위 문서에서는 졸속이 아니라 사실은 오래 전부터 논의된 것이고 아무런 내용적 준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연구성과들이 있으며 한미 FTA를 준비하기 위해 정부 각급 단위에서 이러저러한 준비를 하고 있고, 4대 전제조건을 수용한 것도 미국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각 현안별로 기존의 논의 경과에 따라 대응”해 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동안 한미 FTA에 대한 비판의 상당 부분이 절차와 준비정도에 대한 우려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서는 이를 불식시킬만한 새로운 내용을 담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그냥 갑자기 닥친 문제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2. <기대효과에 대한 반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먼저, 무역수지와 관련해서 “국가경제에 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아니라 교역자체의 확대균형”이며 “교역의 확대를 통한 생산ㆍ고용ㆍ국민후생수준 등 증대”와 “국제수지균형으로 양국간 통상마찰 완화”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서의 기조는 무역수지가 악화되겠지만 첫째, 그럼에도 전체 경제의 입장에서는 유리할 것이고 둘째,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기계설비ㆍ부품ㆍ소재부문에서 무역 전환 효과가 발생하여 고질적 대일 수입의존도 개선에 기여”하는 등의 효과가 있고 셋째, 무역수지가 악화되더라도 흑자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버젓한 일자리 창출인 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중요하며, 한미 FTA는 이러한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고 “한미 FTA는 양국간 교역의 활성화와 미국은 물론 제3국으로부터의 외국인투자 증대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제고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위의 내용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핵심적인 근거의 하나이고 각종 보수언론의 주장도 대체로 그러한데 이에 대한 문서의 주장은 추상적이다. 한미 FTA를 통해 버젓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일까?
보다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출하기를 기대하면서 이에 대한 반론이 될 수 있는 입장을 소개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한미 FTA의 결과는 농업궤멸, 제조업 중 자동차.전기전자.섬유 산업 등에서 수출 증대, 서비스 산업은 심각한 타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서비스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더라도 이를 통해 그럴듯한 일자리를 마련하거나 다른 하나는 제조업 중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에도 지적하겠지만 문서에서는 서비스 산업의 개방은 전면적이고 급진적인 형식을 취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가령 금융산업은 이미 대부분 개방되었고, 의료에서 영리법인 의료기관, 교육에서 초.중등 교육은 개방의 대상이 아니며 공공서비스에 있어서도 최대한 신중하겠다고 누누이 밝히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개방이 이런 식이라면 세계 일류와의 대담한 경쟁을 통해서라도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확대하여 버젓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주장과 배치되지 않은가?
다음으로 제조업에서 버젓한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인데 자동차.전기전자.섬유산업의 수출이 신장되어 버젓한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전기전자 산업은 매출이 성장해도 그에 상응한 수준에서 고용이 늘지 않고 있으며 정부 당국 또한 제 2의 도약 운운할 정도로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듯 하다.
오히려 제조업에서 관세가 철폐될 경우 미국보다 경쟁력 열위에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정밀화학이나 정밀기계 등 향후 성장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 잠재력은 훼손”(최태욱, ‘한미 FTA 체결의 사회경제 및 정치외교적 영향 전망’에서)될 가능성이 있다.
3. <분야별 비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조업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서에서 한미 FTA에서 제조업에서 차지하게 될 이익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에서 관세가 25% 수준인 소형상용차(픽업트럭)의 수출이 늘 것이라는 점, 섬유ㆍ의류ㆍ가죽ㆍ고무 및 신발 등 고관세 품목의 경우 중국에 대해 유리할 것이라는 점, 빈번한 무역구제법 발동.복잡한 인증 및 라벨 요건.연안무역법(Jones Act), 까다로운 비자발급 등 미국의 비관세 장벽 완화시 수출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 정도이다.
제2의 도약 운운했던 총론의 서술에 비하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양말 산업에서 얻게 될 이익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부분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도대체 한국에서 양말 산업이 차지하는 지위가 얼마나 되는가?
다음으로 농업에 있어서는 피해가 클 것임을 인정한다. 따라서 쌀은 끝까지 지키고 기타 민감품목의 경우에도 제외할 것이라고 쓰고 있다. 기타 농업의 피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흥미있는 것은 미국 ITC 보고서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점과 한-칠레 FTA의 사례를 장황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문서는 결국 농업에서 피해가 클 것임을 인정하면서 미 ITC 보고서에 대한 비판, 한-칠레 FTA 사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회적으로 농업 부분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려 하고 있는 듯 하다.
다음으로, 서비스업에 대한 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금융은 이미 개방되어 있고, 의료에서는 “한미 FTA로 건강보험이 손상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고 영리법인 의료기관 문제는 아예 한미 FTA의 쟁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 교육에서는 “초·중등교육은 한미 FTA 교육서비스 개방 협상의 논의 대상이 아니고” 대학 및 성인교육만 대상인데 이 경우에도 “대학의 영리법인 허용은 우리나라 사립학교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중대한 문제로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경우에도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분야는 해당 공공서비스의 특성, 국민 경제적 중요성, 국제적인 관례, 자유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최대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고 통신에서는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완화에 대해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총론의 기조는 중국이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강인 미국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경제를 제 2의 도약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반면 서비스업에 대한 내용을 보면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거나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식으로 각계의 우려와 반발을 불식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총론이 거창하고 공세적이라면 실제 각론에서는 시종 조심스럽고 수세적이다.
4. <기타>는 다음과 같다.
한미 FTA가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간략히 언급하고 있다.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한미 FTA가 단순히 경제문제만이 아님을 밝히고 있는 부분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간략하고 단정적인 언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