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의 참화와 몇몇 국가의 자국민에 대한 비안간적인 잔혹행위는 실정법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국제법 논의에서 󰡒국내문제󰡓로 취급되었던 국가와 해당국민간의 관계를 국제법의 규율대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세계인권선언》을 만들며 세계질서를 구성하기 위한 사회적 조건을 인권이라는 개념적 범주로 제시 하였다.

국제 인권규범의 가장 기초가 되고 있는 선언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해온 인권에 대한  세가지의 주요한 개념적 범주를 담고 있다.

첫째 정치적 시민적 인권이라고 표현되는 인권 범주로 흔히 자유권으로 불려진다. 17세기 이후 전개된 서구 자유주의에 큰 영향을 받아 정치적 인권으로 주로 정부의 자의적인 횡포로부터 개인을 보호 한다는 의미의 자유, 즉 󰡐소극적 자유󰡑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의 헌법 속에서 보편적 원칙으로 수용되고 있다.(물론 헌법에 보편적 원칙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해서 잘 지켜지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둘째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로 분류되는 인권의 범주로 사회권이라 불리며 이는 주로 사회주의 운동과 전후 제 3세계 국가군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인권 범주는 한편으로는 시장메카니즘의 착취적 기능과 경제-사회적 차별문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약소국에 대한 구조적 착취, 식민지 혹은 소수민족의 열악한 존재 조건 등에 대한 대응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셋째 《세계인권선언》 제 28조는 "모든 사람들은 이 선언에 제시된 권리와 자유가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사회적, 국제적 질서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함으로서 개별 주권국가의 한계를 넘어선 집단적 연대권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빈곤과 국제 정치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처하는 후발 산업국가들의 집단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권 카테고리로 이해할 수 있다. '연대권(solidarity right)'은 서구의 자연법적 인권이론이 전제하고 있는 개인차원의 인권이 아니라 국제적 불평등문제를 시정하고자 하는 '집단적 인권(collective right)'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적어도 이론적인 차원에서 볼 때 사회체제의 발전과 형태의 차이에 따라 실현가능성에서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러한 세 가지 인권 범주들은 개별 국가들이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니라 '분리될 수 없는' 혹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국제 인권규범의 체계 속에 평등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차원에서 현대 국제인권규범 체계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헤게모니를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세계인권선언》이 내포하고 있는 인권항목들은 선언적인 차원에서 필요충족의 권리를 인권의 범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보장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내적 및 국제적 책임주체를 명시하지 않고 각 국가의 현실에 맞추어 경제적 인권실현을 유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국제 규범으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불평등한 세계 정치경제 구조의 변혁을 요구하는 저개발국 민중 혹은 차별과 착취에 시달리는 소수민족들의 '집단적 권리'는 아직까지 국제적인 규약이나 국제적 실행제도를 구비하고 있지 못가고 있으며 현시대 지구적 차원의 문제들을 직시할 때 만성적인 기아와 질병, 내전, 정부의 비효율과 특정 집단의 독점적 지배로부터 신음하는 저개발국 민중들이야말로 가장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 조건에 처해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우리가 말하는 인권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 인가? 이는 인류가 처해 있는 현시대적 상황들은  이 선언이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조건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국가체제가 담고 있는 구조적 폭력과 억압적 본질을 직시하고 인권이념이 제시하고 있는 진보적인 메시지를 사회정의와 인류평화를 실천적 화두로 발전시켜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