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송00 교사 유가족 손해배상 소송판결에 대한 입장]

-학생들의 피해사실과 용기를 왜곡하고 사건의 본질을 은폐·호도한 모든 행위가 2차 가해다. 이에 동조한 언론과 정치권은 책임져야 한다.

-피해자 보호에 눈 감고 귀 닫은 교육청, 교육사회단체들 모두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말하고 피해자가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응답해야 한다.


◌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2018년 용화여고 ‘스쿨미투’를 기회로, 학교의 공고한 벽을 뚫고 나온 여학생들의 외침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단순히 일부 교사들에 대한 고발을 넘어선, 수십 년 간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재해 온 학교 내 위계에 의한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 은폐되었던 성별 권력에 대한 저항의 외침이었다.

2017년 4월, 전라북도 부안 ㄱ중학교(교사 13명, 전교생19명)에서도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체벌'제보가 발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송00 교사는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후 학생들의 탄원과 고소 취하로 내사종결 되었지만, 송 교사는 교육청의 특정감사 진행과정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송00 교사의 유가족은 공무상 사망신청을 하였고 2020년 7월 공무상 사망이 인정되었다.


◌ 유가족은 학생들이 처음 송00교사의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체벌이 있었다고 진술서를 작성했지만, 이후 “교육 목적에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진술을 번복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경찰도 내사 종결한 사건이었는데 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가 위법하고 강압적인 조사 및 신분상 처분을 결정해 억울하게 자살했다”고 주장하였다.

유가족은 송 교사의 ‘공무상 사망’ 인정과 함께 교육청과 당시 학생인권센터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4월 28일 재판부(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제1민사부, 재판장 박근정 외)는 유가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기각'했다.


◌ 우리는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요약 내용 첨부) 재판부는 “당시 학생인권센터의 조사 과정과 절차, 판단에 위법성이 없다. 조사 시작의 단초가 된 피해 여학생들의 1차 진술서를 신뢰한 것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송 교사의 직위해제 처분과 관련해서도 경찰 조사 상 내사종결된 것과는 별개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도교육청의 직위해제 처분은 정당하다고 보인다”면서 “교사와 학생을 격리 조치한 처분사유는 적법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형사적 처벌 수위가 아니었을 뿐, 내사종결이 무혐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전문상담센터가 진행한 피해 학생들의 심리 상담일지에 대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017년 피해 신고 이후 온갖 2차 피해와 괴롭힘의 시간 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피해 학생들의 진술이 거짓이 아니었음이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상담일지에는 학생들이 고소를 취하하고 교사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서도 “맨 처음 썼던 것이 진짜이고 나중에 탄원서는 사모님과(송교사의 부인) 수학선생님(송교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쓴 것”, “옆에서 지켜보고 계셔서 어쩔 수 없이 쓴 것이지 수학 선생님이 잘못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자들은 알지도 못하고 기사를 쓰고 탄원서만 인터넷상으로 돌아다니고 있으면서 자신들을 나쁜 사람으로 모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증언하고 있다.


◌ 이번 판결을 계기로 언론은 인권보도준칙(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준수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을 유발하는 기사 작성과 받아쓰기를 중단하여 2차 가해를 멈추어야 한다. 2차 가해에 동조했던 단체들과 정치권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동안 앞장서서 피해자들에 대한 악성 괴롭힘을 자행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맹공해 왔던 지역의 언론과 일부 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가해 교사와 유가족이 피해학생들에게 탄원서 작성을 요청한 것 자체가 명백한 2차 가해이며 폭력임에도, 언론과 일부 시민사회는 강요에 의해 작성한 학생들의 탄원서를 공개하고 사실을 호도하여 “피해 학생들이 울면서 사죄했다”는 보도를 하고 입장을 냈다. 그로 인해 ‘교사를 죽음으로 내 몬’ 비난과 자책에 고통 받아 온 학생들의 2차 피해는 과연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이러한 2차 가해에 동조하며 학생인권조례를 비난했던 이들과 정치권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피해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한다.

아울러 학교와 교육청, 교사·사회단체 역시 2차 피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학생들의 피해 신고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조치 되지 못한 점, 일부 여론의 눈치만 살피며 피해 학생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언론이 피해학생들을 호도하고 공격할 때 연대하지 않고 묵인하며, 피해자의 회복과 2차 피해 중단에 대한 노력에는 침묵해 왔다.


◌ 송00 교사 사건은 우리 지역 사회에서 학교가 존재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날것 그대로 보여 주었다. 지역의 일부 목소리만 감싸는 것에 앞장서며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 가해자와 기꺼이 연대하는 지역 내 공동체,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한 관계기관의 안일한 사건 처리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도 정작 학교라는 공간과 제도 속에서 매일을 생활하는 주체인 학생 자신들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폭력과 부당함을 고발하는 외침조차 기성 사회가 합세하여 공격으로 되돌아왔다.

스쿨미투 상황은 학교라는 공간과 구조에서 학생들이 존재하는 위치와 인권 침해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단지 피해자로서의 수동적 위치가 아니라,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자 위험을 무릅쓰는 시민으로서의 용기 있는 외침이기도 하다.


◌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안전한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학생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다.

학교와 지역 내에서 학생들의 위치, 특히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여학생이 어떠한 성차별적 환경에 처해있는지 구조적인 본질을 직시해야만 한다. 지역의 교육, 시민 단체들은 학교 내 성차별과 성폭력, 모든 부당함의 근절을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학생들의 소리에 연대해야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안전한 말하기는 계속될 것이다.

2021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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