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전북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학생인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전북특별자치도 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문제적 내용 수정 및 삭제 촉구 성명 -


지난 11월 16일, 전라북도 교육청은 「전북특별자치도 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학생이 ‘권리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인식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일부 조항은 오히려 현행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에 비해 후퇴된 관점을 보이거나, 적용에 있어 학생인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는 전북교육청이 학생인권의 의의를 훼손하는 문제적 조항에 대해 수정 및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

교사들의 잇따른 사망에 분노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학생인권 탓하기로 일관해 왔다. 물리적인 제지나 소지품 압수 등을 정당한 생활지도로 정당화하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선” 지원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많은 지역에서 불합리한 개정 및 폐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역시 교육부의 이러한 학생인권 탓하기에 발맞추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행 학생인권조례에도 학생의 책임으로서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보호하며,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노력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여기에 전북교육청은 제4조의2를 신설해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을 추가했다. 개정안은 ‘조례에 규정된 학생의 권리’가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된다’며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존중’할 것을 학생의 책임일 뿐 아니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 보장의 의무는 사인인 학생이 아닌 국가와 그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 학교와 교원에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학생에게도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가진 이들이 지켜야 할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에 열거된 권리는 기본권으로서, 어떤 범위까지는 허용하고 어떤 범위부터는 불허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 보장의 목적을 우선으로 하나, 전북교육청은 오히려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려 한다.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학생인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흐름에 편승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당연한 권리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전자기기 사용 및 소지와 관련한 조항에서도 드러난다. 조례는 학생의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를 제한할 수 있으려면 목적과 방법에 있어서 정당한 경우여야만 한다. 그러나 개정안의 제13조제5항은 ‘학교의 장은 학생의 휴대전화를 포함한 전자기기의 소지 자체를 금하여서는 아니 된다’면서도 ‘사용과 소지에 관한 사항은 학교 규정에 따른다’며 모순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현행 학생인권조례에서에도 있으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서가 있다. 조례의 제19조제2항을 통해서만 전자기기의 사용 및 소지를 규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해당 조항은 학교 규정의 제·개정 과정에서 학생의 의견을 민주적이고 합리적 절차를 거쳐 수렴하여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삭제되었으며, 이러할 경우 사생활을 규제할 수 있는 모순된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은 삭제될 수밖에 없다. 사라져야 할 것은 학생의 참여권이 아닌, 소지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의 바탕이 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중 물리적 제지와 소지품 검사와 관련한 조항이 명확성에 위배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고시의 내용을 그대로 따온 조례 개정안에도 이러한 문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개정안 제10조는 ‘긴급한 상황일 경우 행위자를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13조는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례로 제한할 수 없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 ‘긴급한 상황’, ‘합리적인 이유’와 같이 불명확한 요건만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해석 및 적용될 경우에는 학생인권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교육청은 해당 조항에 대해 기본권 제한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인권 침해로 이어질 경우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10년 전, 많은 이들의 노력과 고민으로 제정된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의 모습을 점차 변화시켰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교육에서 학생인권이라는 가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권리 보장의 의무를 가진 정부와 교육부가 가장 앞장서서 학생인권조례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학생인권 역행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전라북도 교육청이 「전북특별자치도 학생인권조례」 중 문제적 조항을 삭제하고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2023.12.05.

교육공동체 나다, 성평등한청소년인권실현을위한전북시민연대(가), 전북교육개혁과교육자치를위한시민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