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존엄과 평등의 길을 트고 잇는 얼굴과 목소리의 기록 <평등길1110>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마당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날의 이야기 기록을 요약해서 공유합니다. 전체 이야기마당은 맨 하단의 유튜브로 확인해주세요 :)
<이야기마당 요약>
비비새시(이야기손님) : 나는 고등학교 교사이고 학교 내에 성소수자동아리 담당이기도 하다. 요즘 제일 분주한 업무 중에 생활기록부 관련 업무가 있는데 동아리의 성원들이 동아리의 이름, 공개여부, 활동 등에서 기록해야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기도 한다. 다른 동아리는 고민하지 않는 것들까지 해야 하는 일상을 볼 때 많은 생각이 든다.
이종걸(이야기손님) : 지금은 차별금지법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왜 우리에게 이 법이 시급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방금 말씀하셨듯이,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 자신을 있게 한 공동체를 감추고 산다는 것, 그리고 노동, 먹고사는 일에서마저 차별을 겪고 고용과 대우가 좌지우지되는 상황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비비새시 : 내가 있는 학교에는 중국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인 학생들이 있는데, 이들에겐 언어관련 어려움이 많다. 함께 식당에서 있다가 그이들이 중국어를 하게 되면 주변에 곱지않은 시선이 모이기도 한다. 어떤 학생들은 그이들에게 다가와서 너희 나라로 가라고 말하고 가기까지 했다. 이번에 올림픽 판정관련 이슈에 나는 이들이 걱정이 된다. 이런 거처럼 성소수자관련해서 위협을 느낄 정도의 댓글이나 주변의 말들에 위축되는 일들이 많다. 얼마 전엔 시각장애인 통로에 주차를 했는데 미처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것에 대해 관리하는 분들에게 사과드리며 차를 빼자 오히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음에도 그것이 사람들의 관계와 까지 변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과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종걸 : 대구의 이슬람 사원 관련해서 주목이 되었을 때, 없던 사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편의를 위한 증축이었음에도 무차별적인 혐오가 쏟아졌다. 내가 있는 성소수자 단체 회원의 항의가 있었는데, 차별은 한 사안 한 사유에 대한 차별을 격파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상황 속에서 매번 느낀다.
관객발언 :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게, 영화에서 장애인 한분이 차별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는 말이었다. 나 역시 여태껏 모르던 주의력결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하는 곳에서도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장애가 문제라고 말을 듣고 위축이 되면서, 이게 차별이다라고 느끼는 것, 그럼에도 그걸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느낌을 말하고 싶었다.
이종걸 : 차별금지법이 이런 경험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비비새시 : 나의 경우, 당뇨가 있는데 학교에서 업무조정 할 때, 당뇨 때문에 야간근무가 힘들어 조정을 요청한다. 나와 다른 이들과 다른 상황, 아프다는 것을 이해시키려 할 땐 자꾸만 구차해진다. 능률위주의 평가에서 밀린다 해도, 그게 나의 존엄을 무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종걸 : 정치적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에 대한 핑계가 사회적 국민적 합의 운운이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는 것은 정치지형이 바뀐다는 것이 아닐까.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통해 정치권은 정치를 바꿔야한다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발언 : 희망의 목소리도 나눠야하지 않을까 해서 마이크를 들었다. 나는 첫 대선투표에 박근혜를 찍었고, 동성애는 죄다라고 외치던 모태신앙인이었다. 지금은 퀴어문화축제에 가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이런 나와 같은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이런 활동들과 이야기가 가져온 것이라는 점을 나누고 싶었다.
관객질문 : 영화 속에 있었던 행진하면서 만난 반가운 사람, 반대표현을 하는 사람 등 많은 이들을 만났을텐데 그런 이야기도 듣고 싶다.
이종걸 : 도보행진 중 아침 출근 시간에 우릴 보다가 차별금지법이 나와 같은 비정규직에게도 해당되냐고 물으셨던 분이 있어서 그렇다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날이 되어 그이가 함께 걸었다. 행진을 보며 고행길이라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어떤 결이든 동료시민들을 만나고 감각을 나누고 힘을 얻는 과정이었다.
비비새시 :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애쓰는 모든 이들이 새삼 고맙고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이야기마당 라이브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eGjH23CKe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