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화운동사료전시회 18일 개막

'기억속에서 날아오르다'는 표제를 들고 1940년대 이후부터 이어진 한국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자'하는 한국민주화운동사료전시회가 지난 18일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회는 2001년 6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이 통과되면서 구성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 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기념사업회는 "과거의 사건들을 더듬어 복원하려는 노력 이면에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단순한 회고의 정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향한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 지표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소망이 깔려있다"고 이번 전시회를 소개하고 있다.

유가족, "반쪽짜리 전시회"

이날 개막식에는 87년 항쟁의 불씨가 되었던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회장 조찬배-조성만 열사 아버지, 유가협)의 유가족 10여명과 강희남목사와 최 형 시인, 문정현 신부 등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오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10여명의 유가족들은 이번 전시회에 깊은 회의를 보이고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고 행사장 밖에서 기념사업회측과 기자들에게 "이번 전시회는 '반쪽짜리'"라며 항의했다. 이번 전시회가 충실한 사료발굴과 정확한 복원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기념사업회측의 성실하지 못한 떼우기 사업으로 열사들의 정신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최덕수 열사, 이철규 열사, 이경동 열사 등의 유가족들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서도 자료를 달라는 얘기도 전혀 들은바가 없었다"며 "엊그제 연락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시회는 지난달 15일부터 보름간 부산에서도 개최된 바 있지만 유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모른 상태였다. 당연히 전시회에 소개된 자료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민주화운동의 사료를 전시하겠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다.

액자 안에 가둬선 안돼

강경대 열사의 아버지 강민조씨는 "이곳 전시회장에는 과거 피 흘리며 싸웠던 열사들의 죽음을 전시회장 안에 가둬놓으려 하고 몇 명의 열사만을 부각시켰다"며 개막식 참석을 거부했다. 이어 "역사성을 훼손하는 기념사업회가 불신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류재을 열사의 어머니 장명순씨도 "기념사업회법이 통과되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기념사업회 자체를 부정한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감옥에 가면서 비로소 민주의 역사가 조명되었는데도 기념사업회는 그들의 명예회복조차도 이끌어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역사성 훼손 말라"

유가협은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전시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이같은 형식적인 전시행정에는 함께 하지 않을 것', '다음 전시회에서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시회 자체를 불성립시킬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에 참석한 문정현 신부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팔달로와 군산 거리거리에서의 함성이 지금도 들리는듯 한데 유명을 달리한 분들은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나 생각하면 분노가 솟는다"며 "운동을 팔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은 민주주의를 죽이는 것"이라고 말해 민주화운동과 열사정신을 훼손하는 경향을 깊이 시사했다.


- 출처: 주간신문 [평화와인권] 317호